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의 계속운전(수명연장)을 허가한 데 대해 부산지역 환경단체가 시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14일 오전 11시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 승인을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안위가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기어코 승인했다. 부산 시민 안전이 달린 문제가 고작 위원 6명 가운데 5명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원전이 있는 지역의 목소리는 배제됐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고리 2호기가 세워진 1983년 날씨와 지금 날씨가 같느냐. 그때 바다와 지금 바다는 같느냐"라고 물으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공람과정에서 안전에 대한 '최신기술기준' 적용과 '중대사고' 평가에 대한 지역 주민 우려를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또 "(원안위는)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심의 시 항공기 충돌 대응 기준, 수소 폭발 분석 등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검토와 보완 등을 마무리하지 않고 승인했다"며 "심의기구여야 할 원안위가 원자력 산업의 대변인이 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정부를 향해서도 "대통령과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안정성이 담보된다면'이라는 공허한 가정으로 이 모든 과정을 방관했다"며 "18개 호기의 발전소를 끼고 살아야 하는 영남권 주민을 외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에 찬성한 원안위원 5명의 이름을 포스터에 새겨 찢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고리 2호기가 있는 부산시민들은 경제성을 고려하면 필요한 결정이었다는 의견과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반응으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 영도구에 사는 성명숙(66·여)씨는 "원전을 재가동했을 때 얻는 국가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마냥 원전 사고 우려라는 불확실함에 기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혹시나 사고날까봐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관계기관이 주인 의식을 갖고 좀 더 신경써서 관리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부산 동래구에 사는 권민아(54·여)씨는 "그동안 큰 사고 없이 운영되어 오긴 했지만 고리 2호기는 오래된 원전이라 다시 가동한다고 하니 불안하다"며 "수십 년 전 지어진 원전이다 보니 기장군 등 인접 지역이 느끼는 안전에 대한 우려는 더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안위는 지난 13일 제224회 회의에서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의결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설계 수명 만료로 운전이 정지됐던 고리 2호기는 재가동을 위한 절차를 밟은 후 오는 2033년 4월까지 추가 가동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