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례 직후 새벽배송을 하다 사고로 어린 두 자녀를 두고 하늘나라로 떠난 고(故) 오승용 씨. 오씨가 사망 직전 주6일 근무를 이어서 하는 등 격주 주5일제 근무 등 쿠팡 과로사대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동료 기사의 경우 많게는 15일 연속으로 새벽배송하기도 했다.
◇승용 씨 동료기사 15일 연속 새벽배송
14일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가 공개한 모 택배대리점 업무용 카카오톡 단톡방 자료에는 지난달 12일부터 사고가 난 이달 10일까지 소속 새벽배송 기사 19명의 근무이력이 나온다. 이 자료는 노조가 직접 오승용 씨 휴대전화에 남은 업무용 단톡방 근무일지를 분석한 내용이다.
이 자료를 보면 숨진 오승용 씨는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연이어 일주일에 6일 일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내리 5일간 근무한 뒤 아버지 장례로 7일까지 3일간 배송하지 못한다. 장례가 끝난 다음날인 8일 하루 쉬고 9일부터 일을 재개했다.
아버지 장례 직전까지 내리 5일 연속으로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30분까지 11시간30분씩 새벽배송 일을 했다. 이후 장남이었기에 상주로서 3일간 아버지 빈소를 지키며 손님을 맞았다.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 테지만, 하루만 쉬고 다시 새벽배송 일을 하다 사고로 숨진 것이다.
특히 한 기사는 지난달 12일부터 27일까지 15일 연속 일했다. 또 다른 기사는 11일 연속으로 일한 뒤 하루만 쉬고 다시 일을 했다. 7일 이상 연속근무 이력이 있는 기사만 7명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업무카톡방에서 관리자가 매일 올리는 근무 표를 보면 고인이 속한 대리점에서는 주6일 연속 근무가 만연했다. 심지어 연속 7일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리점 내 충분한 '백업기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과로사 대책,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지난해 5월 쿠팡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가 과로로 숨진 사건 이후 쿠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CLS)는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에서 과로사 대책을 내놨다. △새벽배송 격주 주5일제 근무 도입 △주간배송 연간 주 2회 이상 휴무제도 시행 △클렌징(배송구역 회수) 폐지 등이다.
대표적인 대책이 새벽배송 격주 주5일제 근무 도입이다. 한 주는 주6일 연속으로 일을 했다면 그 다음 주는 주5일만 일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숨진 오승용 씨는 지난달 2주 연속으로 주6일 새벽배송 일을 했다. 쿠팡로지스틱스의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사실을 방증한다.
특히 쿠팡로지스틱스는 연속 7일 이상 근무는 동일한 아이디로 쿠팡 배송기사 전용 어플리케이션에 로그인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7일 이상 연속 근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해왔지만 대리점 소속 기사들은 많게는 15일 연속, 11일 연속 일하는 경우가 있어 '꼼수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연속 7일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이 이뤄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택배기사 본인의 아이디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디로 로그인해 업무를 하는 꼼수가 고인의 대리점에서도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쿠팡로지스틱스가 직접 조사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쿠팡로지스틱스가 내세운 과로사 예방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쿠팡로지스틱스가 기존 1차, 2차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고인의 과로가 발생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