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5주기 기념예배, "'법 밖의 노동' 견디는 모든 노동자들과 연대"



[앵커]
제주에서 발생한 새벽배송 택배기사의 사망사고, 휴일과 쉼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의 사고 소식이 우리사회의 노동현실을 또 한 번 고민하게 하는데요.

전태일 열사 55주기를 기념해 열린 예배에서는 여전히 이윤을 추구만 강조되는 사회현실에서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노동자들의 권리와 존엄을 돌아봤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신앙 양심으로 산화한 기독청년 전태일.

55년이 지났지만 그의 외침과 절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유효합니다.

13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55주기 전태일 기념예배. 이번 예배는 EYCK(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NCCK청년위원회, NCCK교회와사회위원회, 한국교회인권센터, 영등포산업선교회,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노동선교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등이 공동 주관했다.

밤새 배송을 이어가는 택배 노동자, 계약서 한장 없이 마이크 앞에 서는 방송 프리랜서, 건설 현장 한편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일용직 노동자,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강사, 청소노동자, 문화예술 노동자…

노동의 형태는 다양해졌지만 노동 착취라는 본질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김준호 /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하나님 우리는 오늘도 '경험을 쌓는다'는 이름으로 불안한 내일을 견디는 청년 노동자입니다. 꿈을 좇아 일하지만 생계를 위해 포기하고, 정의로운 일터를 원하지만 현실에 타협해야 하는 우리의 모순된 하루를 주께서 아시나이다. 하루하루의 노동이 존중받게 하시고, 경쟁이 아닌 연대로 일하는 기쁨을 회복하게 하소서."

전태일기념예배 참가자들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속에서 노동 그 자체의 존엄한 가치가 무너졌다면서, 노동자들이 차별없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함께 기도했습니다.

[전하영 /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우리의 노동이 자본가의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세우는 창조의 힘임을 고백합니다. 사회가 비정규직을 소모품으로 여기지 않게 하시고, 모든 노동자가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게 하소서."

여전히 '법 밖의 노동'을 견디는 수많은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을 드러낸 상징물들.

이날 예배에선 특별히 이른바 '가짜 3.3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 형태로 내몰린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을 돌아봤습니다.

'3.3 특수고용'이란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지만, 사업주가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고 형식상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는 고용 형태를 말합니다.

사업주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의무를 회피하는 반면, 노동자는 3.3%의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면서 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안전망에선 배제되는 겁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싸게를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기업들은 제도적 틈을 이용해 비용을 줄이고, 청년 노동자들은 점점 더 불안한 일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박경재 교통사고조사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삼서화재애니카지부 사무국장]
"'위험은 현장 노동자에게, 안정과 이익은 기업에게' 이것이 지금 한국사회가 굴러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사람을 소모품으로 만듭니다. 산재보험 전면 적용, 실질 사용자 책임 인정, 표준 계약과 최소 보호 장치 도입, 이건 특혜가 아닙니다. 사람으로 일한 사람은 사람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약속입니다."

개신교계 청년들은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 후 참가자들은 법의 경계 밖에 놓인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아 근로기준법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이어 "제도나 비용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며 교회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기도의 연대를 멈추지 않고 기독청년 전태일이 남긴 불꽃을 희망의 빛으로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설교자로 나선 김중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노동선교위원장은 "모든 이의 안녕을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는 사람, 모든 이의 안녕을 위해서 기꺼이 신앙을 지켜가며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걸어가는 그 사람이 바로 하나님의 선지자"라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는 선지자의 외침이 5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가슴 저린 현실을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김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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