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프랩 "민희진, '타사 아이돌도 뉴진스 카피' 문서 작성 지시"[현장EN:]

왼쪽부터 빌리프랩 로고,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빌리프랩 공식 트위터/박종민 기자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이 본인이 제작한 걸그룹 뉴진스(NewJeans)를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기자회견에서도 언급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이 법정에서 다시 한번 격돌했다. 빌리프랩은 '경제적 이득 극대화'를 위해 사전에 기획된 민 전 대표의 여론전으로 방어해 줄 팬덤이 없는 아일릿이 큰 피해를 봤다고, 민 전 대표는 '정당한 의견 표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호도한다고 맞섰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14일 오후 4시 빌리프랩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0억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네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빌리프랩과 민 전 대표 측이 지난 7월 18일 열린 세 번째 변론기일에서 주장한 내용을 반론하는 PPT를 각 15분간 발표했고, 그 후 30분 동안 구술 변론했다.

원고 빌리프랩 측은 민 전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 수밖에 없는 사유로 지목한 하이브의 감사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 이미 여러 재판 선고로 입증됐다는 점을 먼저 언급했다.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와 민 전 대표를 감사한 것은 지난해 4월 22일 공표되었지만, 민 전 대표는 이미 그해 2월부터 본인의 경제적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다가 '여론전'을 준비했다는 게 빌리프랩 측 주장이다.

빌리프랩 측은 하이브를 궁지에 몰아넣고 어도어를 이른바 껍데기로 만들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80%를 헐값에 인수하려던 민 전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인 '아티스트 평판 훼손'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민·형사 사건에서 하이브의 감사 필요성과 정당성, 증거능력이 모두 인정됐고 △저작권 및 안무 전문가들이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며 △업계 전문가인 피고(민희진)가 익명 대중과 일부 언론 반응을 임의 편집·왜곡한 데 이어 법적으로 표절이 아닌 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쳤다고 부연했다.

특히 민 전 대표의 '여론전'과 관련해서는, '결국 언론을 써야 되네'(2024년 2월 4일) '하이브 까는 기사 내는 건 좋은데'(2024년 3월 19일) '기사 준비를 담주에 해 놓는 게 좋을 듯'(2024년 3월 28일) '그리고 우린 여론전 준비, 그럼 그때 우리 여론전'(2024년 3월 29일) '이걸 진짜 써 줄 기자가 있겠는지'(2024년 3월 31일) 등의 대화 내용을 날짜별로 정리한 표를 제시해 '사전에 기획된' 것임을 강조했다.

'뉴진스를 표절한 아일릿'이라는 방향성 아래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졌다고도 주장했다. 빌리프랩 측은 아일릿 데뷔 일정이 공개(2024년 2월 27일)되자 어도어의 이모 부대표가 아직 발매되지도 않은 음원으로 사재기 공격을 계획했고, 데뷔 티저가 나온 날(2024년 3월 18일)에는 애널리스트를 만나 악의적으로 편집된 아일릿 비방 쇼츠 영상을 보여주고 하이브 '셀 리포트'(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보고서)를 쓰게끔 유도했다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지난해 3월 데뷔한 신인 걸그룹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위버스 매거진실 실장 A씨가 메일로 공유하고 C레벨 이상 임원진이 열람한 내부 문서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이하 '하이브 문건')가 '업계 동향 파악'이란 명목과는 달리, 오랜 기간 저급한 표현을 동원해 타 기획사 소속 연예인의 외모와 실력을 품평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이 지난해 국회 국감(국정감사)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이재상 하이브 CEO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공개 사과했다.

이 문건에 나타난 "뉴(진스)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구절은 뉴진스가 어도어와 법정 다툼을 벌일 때 '전속계약 중대 위반사항' 중 하나로 줄곧 부각한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 전 대표 역시 본인이 만든 뉴진스를 다른 아이돌이 베꼈다는 취지를 담아 모니터링 문서를 작성하라고 어도어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당시 갓 데뷔해 팬덤이 약했던 아일릿을 희생양으로 선택했는데, '표절 주장 근거'로 제시된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과 댓글, 유튜브 쇼츠 영상이 전부였다고도 전했다.

빌리프랩 측은 "'민희진 없으면 힘들걸'이라는 취지를 강조하라며 보이그룹 세 팀을 언급하며, 뉴진스를 베꼈다고 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하이브만이 아니라 다른 기획사 소속 아이돌을 대상으로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니터 문서를 작성하도록 했으며, '4세대 대표하는 보이그룹 둘과 아일릿을 묶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하라' 등의 지시도 구체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뉴진스의 '버블 검'(Bubble Gum)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을 때 '단순히 짧은 한마디 분량의 멜로디 전개가 유사성을 띠는 것'이므로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한 민 전 대표가, 하이브 법무팀과 법무법인 세종의 법률 검토 끝에 '표절로 소송 가더라도 법적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라는 것을 확인받았음에도 '여론전'으로 끌고 나가 아일릿이 큰 피해를 봤다는 게 빌리프랩 주장이다.  
 
빌리프랩 측은 "아일릿 멤버들이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라고 궁금해했지만 원고 대표이사는 피고가 경제적 극대화를 위해 어린 멤버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는 차마 설명할 수 없었다"라며 "원고와 아일릿이 받아야 했던 부당한 공격은 피고가 촉발했다. 기자회견에서 '카피' 언급 후 (아일릿의) 부정 반응이 7.2배나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음반 판매량 급감·스케줄 취소·광고 집행 중단·악성 글과 댓글 등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도 밝혔다.

이어 "어도어를 헐값에 팔도록 하려고 하이브와 애꿎은 아이돌의 평판 떨구기를 대대적으로 계획, 실행했다"라며 '하이브 7대 죄악'이라는 문서 작성을 지시할 때는 "뉴진스를 피해자로 만들어 줄 또 다른 희생양으로 뉴진스보다 먼저 데뷔한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을 선정했다"라고도 주장했다.

"일부 대중 의혹 제기가 있어도 객관적 논증 절차 없이 표절이라고 한 것은 명예훼손 고의가 존재한다"라며 "객관적인 비교 분석도 없이 오로지 비방을 위한 여론전이고, 이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는 분명한 불법 행위"라고 빌리프랩은 전했다.

2022년 7월 데뷔한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반면 민 전 대표 측은 대중이 먼저 아일릿과 뉴진스의 유사성 논란을 제기했음에도 빌리프랩과 하이브가 이를 마치 없는 것처럼 치부하고,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재판임에도 마치 저작권 침해 사건 재판인 것처럼 변론을 진행한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아일릿 뉴진스 표절 문제가 전혀 없다가 피고 발언 때문에 처음 생겨난 것처럼 주장하고, 피고 발언이 다 허위인데 이 때문에 원고 명예가 훼손되고 업무가 방해됐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원고는 피고 발언 중 의견 표명이 아니라 사실인 부분을 특정하고 그중 허위인 부분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라며 "피고에게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워 명예훼손 하려고 재차 시도하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당사자나 쟁점과 관련도 없는 별건 소송 판시 사항과 피고의 사적인 대화 내용 중 피고를 인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자료를 무분별하게 가져와 제시하면서, 재판과 여론몰이에 이용하며 재차 피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원고"라고 강조했다.

공식 데뷔 전 패션 브랜드 행사에 참석하는 것, 기획사의 주도로 한복 화보를 찍은 것을 예로 들어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했다고 주장한 민 전 대표 측은 뉴진스와 아일릿 기획안의 유사성, 뉴진스 곡 핵심 안무가 아일릿 곡 안무에 그대로 쓰인 것 등도 문제 삼았다.

민 전 대표 측은 "뉴진스에 관해서는 다른 걸그룹을 떠올리지 않았지만 아일릿을 보면서는 뉴진스를 떠올렸다는 거다. 그런데 원고는 뉴진스를 똑같이 표절 그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소송에서까지 핵심 쟁점을 피해 피고와 뉴진스를 비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쪽이 법정 증거로 채택할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던 '카카오톡 대화'는 이날 변론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빌리프랩 측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가림 처리한 버전의 PPT로 발표했다.

우선 빌리프랩 측은 카카오톡 대화를 두고 "하이브 업무용 메일로 송신돼 업무용 메일 서버에 저장돼 있었다"라며 정당한 접근 권한을 보유한 하이브 감사 담당자가 확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폈다. 또한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피고가 법적 책임을 질 것을 우려해서 '사담이어야 한다'라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반복적인 강조는 오히려 이 대화가 절대 사담이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지난해 4월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

빌리프랩 측은 "피고는 자기 카카오톡 내용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대화를 보면 '언론' '여론전'이라는 단어가 수없이 등장하고 표절 여부를 확인하려는 어떤 노력도 없어서, 오히려 표절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표절이라고 공격한 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라며 "피고가 솔직하게 진의를 드러낸 공간이다. 거기에는 비방 목적이 드러나는 많은 단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불법으로 취득'했기에 '증거 능력이 없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한 민 전 대표 측은 이날도 악의적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사적 대화까지 무분별하게 끌어왔다고 맞섰다. 민 전 대표 측은 "피고의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까지 사찰했고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피고의 이런 사적인 대화 내용을 유출시키면서 개인에 대한 언론 포화를 쏟아냈다"라고 밝혔다.

구술 변론에서도 민 전 대표 측은 "이 사건 당사자나 쟁점과 관련도 없는 별건 소송 판시 사항과 피고의 사적인 대화 내용 중 피고를 인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자료를 무분별하게 가져와 제시하면서, 재판과 여론몰이에 이용하며 재차 피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원고"라고 말했다.

민 전 대표 측은 변론기일 당일에 서면 자료를 제출해 재판부로부터 지적받기도 했다. 빌리프랩 측은 "재판장님께서 PPT 계획을 주셔서 (저희는) 절차와 기한을 따랐는데 피고는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가 "(피고 측은) 오늘 냈다, 서면 제출을. PPT가 상대방 주장에 대한 반박인데 (오늘 내면) 원고가 솔직히 반박할 수가 없지 않나"라고 묻자, 민 전 대표 측은 "혼동했던 부분이 있다"라며 "(한 차례) 기일을 미루다 보니까 미리 낼 필요는 없는 거로 알았다"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변론은 서면을 미리 내는 게 원칙이다. 당일에 딱 내려는 건 그것에 반하는 점이 있고, 피고의 진행에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서 그건 원고 주장이 맞는 것 같다. 쌍방 다 마찬가지로 모든 서면은 최소한 일주일 전까지는 내라. 다음 기일부터는 모든 서면을 늦어도 일주일 전까지 제출할 것을 명한다는 걸 조서에 기재해 놓겠다"라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026년 1월 9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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