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밤, 찬란한 불꽃이 부산 광안리 밤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부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제20회 부산불꽃축제'가 1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날 광안리해수욕장을 비롯해 황령산, 이기대, 동백섬 등 이른바 불꽃축제 명당에는 이른 시각부터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축제 시작 3~4시간 전부터 주 무대인 광안리 백사장에는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선점하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인근 도로와 해변로 주변도 일찌감치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붐볐다. 백사장 곳곳에서는 본격 불꽃쇼를 앞두고 버스킹 공연과 판매 부스가 운영돼 축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찬바람이 부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관람객들은 목도리와 담요로 중무장한 채 손난로를 꼭 쥐고 자리를 지켰다. 해가 질 무렵 기온이 더 떨어지자 시민들은 자리에 서서 컵라면과 어묵 국물을 먹으며 언 몸을 녹이기도 했다.
일찍부터 카메라를 설치해둔 김현석(35·남)씨는 "주말마다 일을 해서 직접 볼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 10회 때 축제를 보고 10년 만에 보러왔다. 올해 20돌을 맞았다고 해 얼마나 성대하게 열릴지 더욱 기대된다"며 "일찍 온다고 왔는데 잡아둔 자리가 아쉽다. 그래도 멋진 사진을 찍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온 김영진(49·남)씨는 "초등학생 자녀들과 부산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전날부터 부산에 왔다. 날이 많이 추울 줄 알고 패딩을 꺼내입고 왔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아서 좋다"며 "세 아이들도 부산에 와서 해운대도 가보고 바다도 보며 좋아하는 것 같다. 축제도 안전하고 재밌게 즐기다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박형준 부산시장이 개막을 선언하자 카운트다운과 함께 첫 번째 폭죽이 어둠을 뚫고 광안대교 위로 힘차게 치솟았다.
이어 진행된 1부 '20주년 기념 축하 불꽃쇼'에서는 지드래곤의 히트곡에 맞춰 형형색색 불꽃이 잇따라 밤하늘을 수놓으며 축제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
특히 20주년을 기념하는 문자 불꽃이 터지고 거대한 하트와 숫자, 태극문양 등이 광안리 밤하늘에 그려지며 시민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어 200발이 동시에 터지는 '멀티플렉스 불꽃'이 광안리 상공을 강렬하게 밝혔고 관객들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 채 연신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2부에서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OST와 일본을 대표하는 사랑 노래 'First Love' 등에 맞춰 아름다운 불꽃 향연이 펼쳐졌고 시민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가을 바다의 청취를 만끽했다.
'스무 번의 가을'을 주제로 연출된 3부 '부산멀티불꽃쇼'에서는 BTS와 아이유, 블랙핑크의 히트곡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이 연이어 흘러나왔고 리드미컬한 선율에 맞춰 불꽃의 장막이 이어졌다.
광안대교와 바지선이 서로 주고받듯 펼치는 캐치볼 하모니 불꽃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불꽃축제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갔다.
끝으로 축제의 대표 불꽃인 나이아가라 불꽃이 광안대교 아래로 폭포처럼 떨어지고 25인치 초대형 불꽃이 밤하늘을 가득 채우자 백사장에서는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와 해운대구, 남구 등에는 모두 117만 4천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는 지난해 103만여 명이 몰린 데 비해 13.7% 증가한 수치다.
올해 광안리와 이기대, 동백섬에 투입된 바지선이 기존 8대에서 13대로 늘어나는 등 규모가 더욱 커진 데다 비교적 덜 추운 날씨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케이블 파손 사고로 광안대교 조명이 꺼진 채 축제가 진행됐지만, 올해는 시공방식 등을 개선하면서 경관조명 연출에도 별도의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서는 행사장 주변 교통 불편과 도로통제 문의, 시비 소란 등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으며 큰 사건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후 9시 기준 85건의 구급활동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낙상사고로 찰과상을 입거나 복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 방문객 6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 모두 경상자로 알려졌다. 이번 축제에서 화재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