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타선의 가능성·불안한 마운드는 숙제…WBC 앞둔 한국야구의 명암

김주원, 동점 솔로홈런. 연합뉴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치른 리허설 무대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의 가능성과 불안함이 동시에 드러났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과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K-베이스볼 시리즈 2연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다.

1차전에서는 4-11로 완패해 한일전 10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우리나라가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을 마지막으로 꺾은 건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4-3 승)이었다.

2차전에서는 9회말 2사에서 터진 김주원(NC 다이노스)의 극적인 동점홈런으로 7-7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는 비겼지만 승리에 버금가는 짜릿한 무승부였고, 한일전 10연패의 흐름을 끊은 의미 있는 결과다.

이번 평가전의 가장 큰 수확은 젊은 타자들의 활약이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이 경계 대상으로 꼽은 안현민(kt wiz)은 1차전 2점 홈런에 이어 2차전에서도 솔로포를 터뜨리며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또 2차전에서 볼넷 3개를 골라내며 뛰어난 선구안까지 뽐냈다.

리드오프로 나선 신민재(LG 트윈스)도 2경기 10타수 4안타(타율 0.400) 1타점 2득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고,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역시 1차전 홈런을 포함해 9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현빈(한화 이글스)과 박해민(LG 트윈스)은 2차전에서 나란히 2안타를 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김주원은 경기 막판 동점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안현민, 한 점차 추격의 솔로포. 연합뉴스

대표팀은 1차전에서 6안타 4득점, 2차전에서 9안타 7득점을 기록했다. 일본이 100% 전력은 아니었지만, 일본프로야구(NPB)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김하성(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등 메이저리거와 한국계 해외파, 김도영(KIA 타이거즈) 등이 내년 WBC 본선에 합류하면 타선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도쿄돔에서의 경험도 값진 수확이다. 이번 대표팀 33명 가운데 도쿄돔 경험자가 11명뿐이었지만, 4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직접 압박감을 체감하며 국제대회 감각을 익혔다. 내년 WBC 본선 C조 1라운드가 모두 이곳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차전의 극적인 무승부는 선수단에 자신감까지 보탰다. 류지현 감독은 "어제보다 오늘 경기가 더 좋았다. 다음에 도쿄돔에 오면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마운드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평균 22.1세의 영건 투수들을 대거 발탁했지만, 도쿄돔과 국제무대의 압박에 흔들리며 제구 난조를 드러냈다.

대표팀은 이틀간 무려 21개의 볼넷을 내줬다. 1차전에서 9개(사사구 11개), 2차전에서 1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특히 2차전 7실점 중 4점이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장비 점검 받는 정우주. 연합뉴스

그나마 2차전에서는 선발 정우주(한화 이글스)가 3이닝 1볼넷으로 안정감을 보였고, 박영현(kt wiz)도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번 대회는 내년 3월 ​WBC 준비를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공식 야구 규칙을 적용했다. KBO리그보다 엄격한 피치 클록과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미적용, 그리고 '투수 3타자 의무 상대' 규정이 마운드에 큰 부담을 줬다.

ABS에 익숙한 젊은 투수들은 인간 심판 판정에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3타자 의무 상대' 규정으로 벤치와 투수 모두 책임감 있는 운영과 제구력이 요구됐지만,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1차전에선 피치 클록 문제도 드러났다. 8회 등판한 이민석(롯데 자이언츠)은 첫 타자 초구에서 피치 클록 위반으로 볼을 허용했고, 결국 볼넷과 추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WBC 규정상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18초로 제한돼 KBO리그 기준(각각 20초, 25초)보다 짧다.

류 감독은 "시즌 때보다 구속이 시속 5㎞씩 떨어져 힘겹게 1이닝을 던지는 투수가 있었다"며 "그런 경험도 선수들에게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트라이크존에서 고전한 투수가 많았다. 평가전 영상 분석을 통해 내년 대회를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내년 1월 사이판에서 전지훈련을 갖고 마운드 안정화 작업에 돌입한다. 이 캠프에는 류현진(한화 이글스)을 비롯한 베테랑 투수들도 합류해 젊은 투수들의 중심을 잡아줄 전망이다.

류 감독은 "12월부터 잘 준비해 1월로 연결한다면, 3월 WBC에서는 좋은 컨디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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