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로 각광을 받고 있는 '김(Gim) 제품'에 대한 세계 규격 제정 작업이 시작된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48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Alimentarius Commission, 이하 '코덱스')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김 제품의 세계 규격 전환을 위한 신규 작업 승인 요청' 안건이 승인됐다고 17일 밝혔다.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김 수급 안정과 세계 시장 석권을 위해 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우리 김 제품 규격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 왔다.
코덱스 세계 규격은 식품 분야에서 유일한 국제 규격이다. 김에 대한 품질과 위생, 표시, 시험법 등에 대한 국제적인 통일 기준이 마련되면 국제교역에서 발생하는 분쟁 해결의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수입국의 개별적인 요구에 대응할 필요성이 감소해 김 수출업체의 애로 해소와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수출액은 2022년 6억4800만 달러 2023년 7억 9300만 달러, 2024년 9억 9700만 달러로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번에 세계 규격으로 전환하는 김 제품은 마른김과 구운김, 조미김 3종류로, 현재 아시아 지역 규격으로 등록돼 있으며 주원료인 원초 외에도 파래, 감태, 매생이 등 다양한 해조류를 원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세계 규격으로의 전환은 지역 규격을 바탕으로 하는데 신규 작업 과정에서 규격의 내용과 기준 등은 변경될 수 있다.
세계 규격 제정은 일반적으로 8단계를 거치지만 지역 규격을 세계 규격으로 전환할 때는 지역 규격이 세계 규격의 초안으로 인정되는 만큼 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1, 2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3단계가 진행된다.
이후에는 코덱스 사무국(3·6단계), 소관 분과(4·7단계) 및 총회(5·8단계)의 반복 심의를 거쳐 세계 규격으로 채택된다.
지역 규격을 세계 규격으로 전환한 사례로는 인삼 제품과 고추장이 있다.
인삼 제품은 2009년 지역 규격 채택 이후 2010년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을 시작해 2015년 세계 규격이 제정됐다. 고추장은 2009년 지역 규격이 채택돼 2017년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을 추진해 2020년에 제정됐다.
해양수산부는 국제적인 김 소비 및 교역 증가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김 제품의 규격화를 최초 제안했고 2017년 아시아 지역 규격 채택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유럽 등 해조류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규격의 세계 규격 전환을 추진해 왔다.
코덱스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설명과 제안을 한 결과 올해 9월 아시아지역조정위원회에서 세계 규격 전환을 위한 신규 작업 개시에 대한 동의를 얻어 이번 코덱스 총회에 상정하게 됐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관은 "김 제품의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이 마무리되면 수산물 중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해 제정하는 최초의 세계 규격이 되는 것"이라며 "김의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한국식품연구원 등 전문기관과 협력해 김 외에 우수한 우리 수산물의 추가 규격 제정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