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테크노파크(광주TP) 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자료 제출 거부로 파행을 빚은 끝에, 광주시의회가 사상 처음으로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인사청문 제도 도입 이후 지명 철회 요구가 공식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최종 판단은 임명권자인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넘어갔다.
광주시의회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8일 오전 김범모 후보자를 상대로 청문회를 개의했으나, 의견 진술 이후 이어진 자료 제출 요구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후보자는 청문회 전 두 차례 요청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청문회장에서도 거부 의사를 다시 밝혔다.
특위가 제출을 요구한 자료는 후보자와 배우자의 최근 5년 금융거래 내역,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재직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 직업 변동 현황 등이다. 자녀 초·중·고 입학·전학·졸업 자료는 뒤늦게 제출됐으나 핵심 자료는 끝내 제출되지 않았다.
박필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8·9대 의회에서 모든 후보자에게 요구했던 필수 자료이고 도덕성 검증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라며 제출을 재차 요청했다. 이어 "자료 없이는 질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수훈 위원은 후보자의 과거 행보를 언급하며 '내로남불'을 지적했다. 강 위원은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정책특보로 있던 2022년, 한덕수 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자료 미제출로 파행됐고 당시 박 원내대표는 '국민 검증이 싫으면 물러나라'고 말했다"며 "타인 검증 때 들이댄 잣대를 본인 검증 때 거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제출하기 곤란한 자료가 있고, 배우자와 자녀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그동안의 관례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원 의견과 견해가 다르다.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청문회가 핵심 자료 없이 질의·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특위는 청문 절차를 중단하고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이후 특위는 만장일치로 김 후보자에게 '부적격' 의견을 제시하고, 강기정 시장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결정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기관장 인사검증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인사청문회 제도에서, 지명 철회 요구가 공식화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보좌관과 정당 사무처에서 정책 업무를 맡았고, 서울외국환중개 전무이사, 광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등을 지낸 정치권 출신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