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쿠팡기사 사고 당시 음주?…경찰 "정황 없어" 일축

일각서 고인 음주 의혹·경찰 거짓 설명 주장
경찰 "술냄새 등 의심 정황 없었고 구조가 최우선"
유족 "근거 없는 의혹에 명예훼손" 반발

18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유족 및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벽배송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쿠팡기사 고(故) 오승용 씨가 사고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경찰이 "음주 정황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8일 오후 '쿠팡 배달차량 사망사고 관련 사고원인 설명자료'를 내고  오 씨의 음주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사고 당시 오 씨에 대한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음에도 했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 해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먼저 경찰은 오 씨 음주 의혹에 대해 "모든 교통사고에서 일률적으로 음주 측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의심 정황이 있을 때 한다"며 "외부 가해 요인이 없는 단독사고였고 현장에서도 운전자에게서 술냄새 등 음주로 의심되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과 119 구급대원의 동일한 진술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음주측정을 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선 "119 구급대가 먼저 도착해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었고 사고가 심각해 생명 유지 조치가 최우선이었다. 경찰도 운전자 구조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서 교통조사관이 병원 도착 후 운전자 상태를 확인하려 했으나 권역외상센터의 통제로 운전자 접견은 불가했다. 계속된 응급수술 등으로 음주 감지나 체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운전자 직장 동료 등 진술, 병원 조치 내역, 운전자한테 채취한 혈액 여부 등 수사를 통해 음주 여부와 사고 원인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리점 측이 보내온 메일내용 캡처
앞서 오 씨가 소속된 쿠팡 대리점 대표는 지난 15일 '제주 쿠팡 교통사고 음주운전 은폐 의혹'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일부 언론에 보내 "민주노총이 개입하자 50시간 넘게 쉬고 출근했는데 과로사가 됐다"고 주장한 데 이어, 동료 기사의 진술을 근거로 오 씨의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오 씨 유족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3차 자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2차 가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은 "동생은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 하루만 쉬고 가족 생계를 위해 다시 새벽 일터로 나가 물류를 받으러 가는 도중 사고로 숨졌다"며 "그런데도 쿠팡과 하청업체에선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경찰이 음주가 아니라고 확인했음에도 근거 없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런 억지 주장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이고 유족으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쿠팡은 왜곡과  책임 회피를 멈추고 고인과 유족 앞에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사고현장 모습.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김명호 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장(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도 "대리점 측에서 전형적으로 음주운전으로 '물 타기'를 하고 있다. 초동수사 했던 소방과 경찰에도 직접 다녀왔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사자 명예훼손이자 허위사실 유포다.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알려진 오 씨의 사고는 지난 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발생했다. 1차 배송을 마치고 물류터미널로 복귀하던 중 통신주를 들이받아 숨졌다. 그는 사고 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야간노동을 지속해 왔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에도 하루 쉬고 다시 야간근무에 투입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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