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A매치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지만,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의 공백 속 이뤄진 중원 조합 '플랜 B' 실험은 우려만 키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18분 터진 이태석(오스트리아 빈)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14일 볼리비아전에서 2-0으로 이긴 한국은 이날 승리로 홍명보호 출범 이후 첫 평가전 2연전 연승을 거두며 올해 마지막 A매치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번 소집을 앞두고 홍명보호는 부상 악재를 맞았다.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과 백승호(버밍엄시티)가 모두 부상으로 제외됐고, 2선 자원 이동경(울산 HD)도 전열에서 이탈했다.
특히 중원의 핵심 황인범의 부재가 큰 고민거리였다. 결국 이번 A매치 2연전에선 황인범의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중원 조합 '플랜 B' 실험이 불가피했다.
볼리비아전에선 김진규(전북 현대)와 원두재(코르파칸)가 호흡을 맞췄고, 2선에서 이재성(마인츠)이 공격을 이끌었다. 당시 홍 감독은 꾸준히 실험 중이던 스리백 대신 포백 전술을 가동해 중원 숫자를 늘렸다.
그럼에도 공격 전개는 매끄럽지 않았다.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측면으로 볼을 돌리기 일쑤였고, 후방에서 뿌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롱패스마저 상대 빈틈을 공략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다행히 후반 12분 손흥민(LAFC)의 환상적인 프리킥 선제골이 터진 뒤 막힌 공격의 혈이 뚫렸다. 이후 한국은 후반 43분 조규성(미트윌란)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기분 좋은 승리였지만 중원 조합 실험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황인범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홍 감독은 "공격 패턴이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은 권혁규(낭트)와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조합을 꺼내들었다. 권혁규는 이날 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또 김민재와 박진섭(전북 현대), 조유민(샤르자)으로 이어지는 스리백을 다시 가동했고, 이태석과 설영우(즈베즈다)가 측면 풀백에 배치됐다.
중원의 답답함은 볼리비아전과 마찬가지였다. 볼 점유율은 높았지만 대부분 후방에서 이뤄졌고, 공격 패턴도 여전히 위협적이지 못했다. 이태석과 설영우가 넓게 벌려 공격에 가담했지만, 측면을 향한 패스조차 매끄럽지 않았다.
볼리비아전 포백 전술보다 중원 숫자도 모자라 상대 압박에도 고전했다. 특히 피지컬이 탄탄한 가나 선수들과의 몸 싸움에서 크게 밀리며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41분 권혁규의 헤더가 유일한 슈팅일 정도로 공격이 답답했다.
결국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권혁규와 카스트로프를 모두 빼는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사실상 두 선수의 중원 조합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교체 투입된 서민우(강원FC)와 김진규도 극적인 반전을 만들진 못했다. 전술도 전반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단조로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선제골의 힘이 컸다. 과정이 좋지 않아도 결국 한방이 터져야 분위기가 살아난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 한국이 기선을 제압했다. 후반 16분 손흥민과 오현규 대신 조규성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투입된 직후 득점이 터졌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오른쪽에서 올린 왼발 크로스를 이태석이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후반 26분 추가골 기회를 맞았다. 황희찬이 문전 앞에서 상대 수비수의 발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선 황희찬은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왼쪽 골문 구석을 정확히 노렸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고개를 숙였다.
이후 가나의 거센 공세가 펼쳐졌지만, 한국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1골 차 신승을 거뒀다.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장식하며 홍명보호 출범 이후 첫 평가전 2연전 연승의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11월 A매치 2연전은 큰 숙제도 남겼다. 황인범이 빠지자마자 중원 경쟁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만큼, 향후 7개월 동안 중원 조합을 어떻게 정비하느냐가 북중미 월드컵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