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 : 손성경 PD
■ 진행 : 권오철 교수
■ 대담 : 대전교육연구소 성광진 소장
◇권오철: 대전교육연구소 성광진 소장 자리하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성광진: 네, 반갑습니다.
◇권오철: 오랜만에 모셨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성광진: 요즘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년 6월을 준비하는 분들도 계시고, 저 역시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며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권오철: 그러면 내년 6월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말씀이시죠?
◆성광진: 네, 그렇습니다.
◇권오철: 본격적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소장님께서는 늘 "교사가 즐겁게 가르치고, 아이들이 기쁘게 배울 수 있는 학교"를 강조하시는데요. 이 말이 소장님의 대표 철학처럼 들립니다. 어떤 계기로 가지게 된 생각입니까?
◆성광진: 저뿐 아니라 제 또래나 후배들 대부분이 학교 다닐 때 '학교가 즐거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학교 가기 싫어했고, 공부가 기쁘지 않았던 기억이 많습니다. 지금 학생들도 배움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요. 우리나라의 지나친 경쟁 교육 때문에 학교가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성적이 낮은 학생들도 기죽지 않고, 학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희망이 있는 학교', 방점이 거기에 있군요.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교사로 현장에 계실 때 "이건 정말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던 순간이 있었습니까?
◆성광진: 제가 교직을 시작한 80년대 중반, 학교는 사실상 경영자의 뜻대로 움직였습니다. 특히 저는 사립학교에서 초임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경영진의 전횡이 학교 교육에 가장 큰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권위적이고 지나친 간섭도 심했고요. 학내 민주화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혼자서는 어려웠고, 연대를 고민하다 전교조 활동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해직도 됐지만, 전교조 활동 이전과 이후는 교육 현장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체벌 관행, 부당한 교권 침해, 권력에 의한 압박 등이 많이 사라진 점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권오철: 학내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네요. 지금 이끌고 계시는 대전교육연구소는 어떤 일을 해왔는지 소개해 주시죠.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는 2006년 설립된 사단법인입니다. 지역 현장 교사 200여 분이 뜻을 모아 세웠고요. 당시 경쟁 교육이 심화되던 시기라, 외국의 교육 모델을 연구하며 새로운 방향을 찾았습니다. 초기에는 핀란드·네덜란드·독일 교육 체계를 연구했고, 지역 교육 정책 분석과 대안 제시도 해 왔습니다. 또 5년 가까이 교사·학생 생활 실태를 조사해 대전 교육의 문제점과 필요를 파악했고, 동서부 교육 격차 연구, 코로나19 이후 교육 방향, 사교육비와 저출산의 상관성 분석 등 다양한 연구·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권오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가장 의미 있었던 성과를 꼽자면 무엇입니까?
◆성광진: 첫째는 장애인 교육권 확대입니다. 2005년 특수학급 증설을 요구해도 교육청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저희가 '대전장애인교육권연대'를 만들어 학부모·교사·시민이 함께 운동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학교에 특수학급이 설치되는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둘째는 학교급식 지원 조례 제정입니다. 대전시민연대를 구성해 주민발의를 이끌었고, 친환경 급식 조례가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셋째는 사립학교 교권 향상입니다. 경영자의 전횡으로 고통받던 교원들을 위해 연대했고, 사학재단들이 교권의 중요성을 다시 보게 된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권오철: 반대로 기대만큼 쉽지 않았던 일이나, 앞으로 더 보완됐으면 하는 과제는 무엇입니까?
◆성광진: 동서부 교육 격차입니다. 경제적 양극화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대전에서는 동서부 교육 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입시 경쟁, 경제적 조건이 맞물려 있어 쉽게 해소되기 어렵지만,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교육청·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권오철: 앞서 언급하신 '교사가 즐겁게 가르치는 학교'의 진짜 의미를 쉽게 풀어주신다면요?
◆성광진: 교육의 중심을 교사와 아이들에게 돌려놓자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행정의 부속품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일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잡무를 줄여야 합니다. 아이들도 성적 경쟁이 아니라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도 즐겁고, 미래도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교사의 잡무, 전시성 사업 문제도 자주 언급하셨죠?
◆성광진: 잡무의 대부분은 교육청 사업·정책 수행과 관련된 일입니다. 위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배움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람을 느끼기 어렵고, 교사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게다가 교육감 공약이 워낙 많다 보니, 공약을 100% 달성한다며 학교에 과도한 업무가 내려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권오철: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시겠다는 말씀도 주셨는데, 당선된다면 이런 잡무를 줄일 방안이 있으신가요?
◆성광진: 네, 업무 경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생각입니다. 교사들로 된 '잡무 경감팀'을 만들어 학교 현장에서 실제 불필요한 업무를 찾아내고, 과감히 폐지할 계획입니다.
◇권오철: 잡무가 예산과 연동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예산 때문에 잡무가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성광진: 맞습니다. 대부분의 사업과 정책은 예산과 연결돼 있고, 사업 수행 실적이 있어야 예산이 쓰이다 보니 학교에 부담으로 내려옵니다. 하지만 전시성 행정, 보여주기식 사업이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독서교육은 책을 읽을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인데, '독서퀴즈대회·독서왕대회'처럼 실적 중심의 행사가 많았죠. 저는 이런 것들 대부분 불필요한 잡무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소장님께서 평소에 대전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시스템'을 지적하신 적이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도 여러 차례 나가셨고요. 이 지적과 연관해, 현 설동호 교육감 체제에 대한 아쉬움이나 평가를 한 번 해보신다면요?
◆성광진: 제가 예로 들고 싶은 건 이렇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혁신학교, 교육혁신지구 등이 만들어져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며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대전은 '다른 지역에서 하니까 우리도 해보자'는 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정책을 내렸습니다. 새로운 걸 하려면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먼저 모이고,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대전은 반대로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리는 행정 구조입니다. 실적은 남지만 내용은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대전 교육청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설동호 교육감님이 추진한 많은 정책이 이런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알겠습니다. 학생들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기초학력 저하, 디지털 격차, 인권 문제 등 과제들이 많은데요. 소장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성광진: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선행학습'입니다. 예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학원·인강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선행이 이루어지면서 학교 수업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사의 수업권, 학습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변했습니다. 또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이 커지면서 교사와 학부모의 충돌이 나타나고, 이것이 학생과 교사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대전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계 회복'입니다. 학생·교사·학부모·교직원 간의 관계를 다시 세우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교 현장을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방금 관계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그 신뢰의 구조를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한다고 보십니까?
◆성광진: 교원단체 설문에 따르면 교사의 약 60%가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어려움이 학부모의 민원, 학생과의 갈등 등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가 경쟁에서 잠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강화해야 합니다. 일본도 경쟁 심화로 문제가 생겨 전국 중고교에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면서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삶의 즐거움을 통해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권오철: 교육 정책 이야기는 나중에 한 번 더 모셔야겠네요. 요약하면, '즐기는 학교'와 문화·예술 활동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조금 다른 질문입니다. 교육감 선거에서 두 번 낙선하셨는데, 이번 세 번째 도전은 아까 말씀대로 준비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난 두 번의 과정, 돌아보면 어떠십니까?
◆성광진: 그렇죠. 두 번이나 떨어졌는데 아픔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 편향돼 있을 수도 있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견해를 나누다 보니 생각이 훨씬 유연해졌습니다. 지난 시간은 대전 교육을 더 잘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 번째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권오철: 알겠습니다. 오는 26일 열리는 출판기념회, 북콘서트 제목이 <진짜 대전 교육, 준비된 동행>인데요. 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습니까?
◆성광진: '성광진은 준비됐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대전 교육을 책임질 준비가 됐다는 뜻입니다. 다만 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시민들과 함께하자는 의미에서 '준비된 동행'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권오철: 이 콘서트를 통해 교사·학생·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성광진: '진짜 대전 교육은 이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교육혁신을 위한 세 번째 도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져달라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권오철: 소장님이 생각하는 5년 뒤 '대전형 미래교육', 어떤 모습입니까?
◆성광진: 첫째,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둘째, 교육행정이 지원 중심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셋째, 대전이 평생교육 도시로 자리 잡아, 누구나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성평등·학생인권·노동인권·생태·환경·평화·세계시민교육·장애 인식 등 보편적 가치를 제대로 교육하는 미래교육이 되었으면 합니다.
◇권오철: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광진: 네, 감사합니다.
◇권오철: 지금까지 대전교육연구소 성광진 소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