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국내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는 1970년대생의 고위 임원 승진이 본격화하고,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젊은 임원층이 두터워지는 등 세대교체 흐름이 한층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외국인·외부 출신 리더 기용과 연구·기술 중심 인재 확보 경쟁도 강화돼 인사 지형이 크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CXO연구소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 연말과 내년 초 단행될 대기업 인사의 핵심 방향을 분석하고 올해까지 이어진 인사 흐름을 토대로 내년에는 70년대생 고위직 확대, 젊은 임원층 증가, 30대 임원 발탁 가능성, 글로벌 인재 중용, 기술 인재 확보전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릴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재계 주류로 자리 잡은 1970년대생의 고위 임원 진입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00대 기업 임원의 약 70%가 1970년대생이며, 내년 인사에서는 1970~1976년생의 사장·부사장급 승진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사장급 중 1970년대생이 용석우(1970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최원준(1970년) MX사업부 COO(최고운영책임자), 마우로 포르치니(1975년) CDO(최고디자인책임자) 등 3명이다. 부사장급에서는 약 60% 이상이 70년대생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이미 70년대생 사장 5명을 배출했고, LG전자는 올해 70년대생 첫 사장 배출 여부가 주목된다. 현대차도 업종 특성상 사장급 배출은 시기상 이르지만, 70년대생 부사장 승진자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젊은 임원층 확대 역시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현재 100대 기업에서 활동 중인 1982~1989년생 임원은 약 100명으로, AI·데이터 기반 신사업 확대와 창의성·혁신성에 대한 수요 증가가 이들을 빠르게 임원 전면에 올리고 있다. CXO연구소는 기업들이 장기적 성장성과 조직 기여 기간을 고려해 30대 후반~40대 초반 인재의 중용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0대 임원 발탁도 현실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CJ그룹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등 다수 기업에서 30대 임원이 배출된 만큼, 내년 인사에서도 1986~1989년생의 발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30대에 임원으로 발탁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은 2007년 30대에 상무보로 승진하며 임원 대열에 합류했고, 이후 이사회 멤버로 성장해 내년 3월 정기 주총 이후 대표이사 선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외부 출신 인재 영입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AI·테크 기반의 글로벌 경쟁이 가속하면서 해외 기업 경험자, 유학파, 외국인 전문가의 임원 기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에서는 포르치니 CDO 등 여러 글로벌 출신 임원이 핵심 보직을 맡고 있고, 현대차도 무뇨스 사장 등 해외 출신 리더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연구·기술 분야 인재 확보전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바이오, 데이터 기반 산업 확대로 인해 기업들은 KAIST·포항공대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 출신 인재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평가하며 적극 중용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 중 해당 출신 비율이 이미 10%를 넘는 수준이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내년은 전체 임원 수가 전년 대비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효율화 인사가 진행될 수 있다"며 "다만 성별·전공·국적 등에서 다양성 강화 요구가 커지면서 여성 임원과 ESG 관련 조직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