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부엌에도 과학이 있었다"…미생물학자가 밝힌 전통의 비밀

사이언스북스 제공

미생물학자가 전통 살림살이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탐구한 신간 '살림의 과학'을 펴냈다. 2009년 출간돼 꾸준히 읽혀 온 '담장 속의 과학' 이후 16년 만의 후속편으로, 부엌·대청·사랑채·마당 등 전통 가옥 공간과 생활 도구 전반을 과학적 관찰로 해설한 532쪽 분량의 대작이다.

이 책은 한국인의 일상에 가까이 있었던 갓·반닫이·맷돌·토기·소반·석빙고 등 전통 사물들의 구조와 쓰임새를 현대 과학의 언어로 다시 들여다본다. 조상들의 보관법, 조리법, 주거 구조 안에 숨어 있는 '살림의 지혜'를 미생물학자로서의 전문적 지식과 현장 조사 경험을 결합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드라마 속 전통 온실(온실각)의 원리를 '산가요록' 등 고문헌과 함께 분석하고, 한지 제작을 지탱해 온 섬유·미생물·습도 조절 방식 등을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전통 음식 그릇인 토기·도기·자기의 기능적 차이, 음식 부패를 막기 위한 조리·보관 기술 등도 상세히 소개된다.

이 책에서는 문화재 논쟁에 대한 과학적 접근도 다뤄진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된 '증도가자' 금속활자 논쟁, 수십 년째 답보 상태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논란 등을 관련 연구사와 함께 짚는다. 역사학·민속학·건축학 등 각 분야 연구자들의 최신 연구 성과도 풍부하게 정리됐다.

저자는 사과·담배 바이러스 연구와 결핵균 연구 등 환경 미생물학 분야의 선구적 연구자로, 오랫동안 전통 문화와 전통 과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 그는 지난 2013년 백제·신라·가야 토기 157점을 한성백제박물관에 기증하는 등 현장 조사와 자료 수집을 병행해 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전통 문화 속 '담장 안의 과학'과 현대 과학인 '담장 밖의 과학'의 연결을 시도한다. 전통 살림살이에 담긴 구조적 지혜와 자연과학적 원리를 재조명함으로써, K-문화 열풍 속 우리 전통의 기반을 다시 이해하게 해 준다.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5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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