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수백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무더기 검거됐다. 이들은 국내에 콜센터를 차려 두고 피해자 성향을 공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자본시장법(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위반,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로 투자리딩방 사기 조직 118명을 검거하고, 이들 가운데 콜센터 관리자 A(20대·남)씨 등 28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2023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가짜 비상장 주식 웹사이트를 만들고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피해자 284명으로부터 245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허위로 웹사이트를 만든 뒤, 비상장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하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내보냈다. 이를 본 투자자가 연락해 오면,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며 실제 수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허위 웹사이트 화면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상장을 앞둔 비상장주식 공모주를 확보하고 있다"거나 "공식적으로 거래가 안 되지만 우리 사이트를 통하면 거래할 수 있고, 상장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피해자들이 더 많은 돈을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사기 행각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이들 일당은 유인책, 콜센터, 세탁팀 등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유인책은 광고업체를 운영하며 투자리딩방에 유입시킬 피해자를 오픈채팅방이나 투자 광고 문자 등을 통해 모았다. 콜센터 조직은 인적이 드문 재건축 빌라촌에 사무실을 두고 피해자와 직접 접촉해 투자 성향이나 자산 정도 등을 파악했다. 자신들이 파악한 피해자 정보는 기록으로 남긴 뒤 서로 공유했고, 전문가 행세를 하기 위해 투자자문업 경력자로 조직원을 구성했다.
세탁팀은 전국에 있는 조직원들이 대포계좌로 송금받은 피해금을 현금이나 수표, 가상자산으로 바꿨다. 이들은 거액을 수표로 인출하기 위해 법인계좌를 이용하기도 했다. 통상 인출책은 내국인이 많은데, 이번에 검거된 이들 중에는 베트남인으로 구성된 인출책 조직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투자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범행 계좌에 입금한 피해자들을 지금도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연락하면 피해당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1인당 피해액은 평균 8600만 원 정도였고, 많은 사람은 18억 원이 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돈으로 이들 일당은 고급 외제차를 사거나 명품, 귀금속 등을 사들이며 호화롭게 생활했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하던 사무실에서 현금 1960만 원과 명품 43점(9089만 원 상당), 대포폰 107대를 압수했다. 또 부동산 6억 7600만 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부산경찰청은 투자리딩방 사기가 조직적이고 그 수법도 진화하는 만큼, 서민 재산을 노리는 민생 침해 금융 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