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당 업체의 '설탕 가격 담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전·현직 고위 임원의 신병을 확보했다. 검찰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설탕 가격 담합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삼양사 최모 대표이사와 CJ제일제당에서 식품한국총괄을 맡았던 김모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양사 이모 부사장의 경우에는 방어권 보장 필요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최 대표 등은 설탕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담합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국내 설탕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업체 3곳이 수조원대 설탕 가격 담합을 벌인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 9월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제당 업체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지난달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임직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제당 업체 관계자를 조사해왔다. 이러한 보강 수사를 통해 검찰은 설탕 가격 담합의 최종 책임이 최 대표 등 윗선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선 이들의 가담 여부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임직원들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대표자가 아닌 피의자로서는 관여 범위나 책임 정도에 대해 방어권 행사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한 만큼, 검찰은 윗선 수사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탕 가격 담합의 경우 서민 물가 안정과 맞닿아 있는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부당하게 독점적·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물가를 올리고 서민 부담으로 가중시키는 건 철저하게 가진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관리·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963년에는 이른바 '삼분(설탕·시멘트·밀가루) 폭리' 사건이 발생해 서민 생활에 큰 피해를 끼쳤다. 2007년에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이 설탕 가격 담합으로 각각 227억원, 180억원, 1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법조계에선 이처럼 반복된 담합의 원인이 형사 처벌보다 약한 수준의 제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차원의 과징금 부과만으로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공정위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해 지난해 3월부터 현장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신병을 확보한 만큼 설탕 가격 담합에 대한 처벌과 진상 규명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