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동물 국회'로 회자되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관련 1심 재판 결과가 20일 나온다. 여야가 모두 연루된 사건이지만, 이날 선고는 송언석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현직의원 6명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대상이다.
검찰의 무더기 실형 구형에 따라, 당내에선 권성동 의원(구속기소)에 이어 사법리스크가 다시 대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죄를 피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중론인 가운데 최악의 경우, 의원직 상실에 따른 의석수 축소, 더 나아가 '개헌저지선'이 흔들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공수처법' 등 두고 충돌한 지 6년 7개월 만에 결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판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나 의원과 황 전 총리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사건은 국민의힘의 당명이 자유한국당이었던 2019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 전 총리와 나 의원은 그때 각각 당대표와 원내대표였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두고 극한 대치를 벌였다. 이같은 대립은 곧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자유한국당 의원 및 관계자들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던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의안과 사무실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장을 물리력으로 점거해 법안 접수와 회의 개최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이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등을 불구속 기소한 시점은 2020년 1월이다. 재판이 시작된 지 무려 5년 10개월 만에 1심 선고가 이뤄지는 셈이다.
검찰은 지난 9월 결심 공판에서 나 의원에 대해 징역 2년, 송 원내대표에겐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만희·김정재 의원은 징역 10개월 및 벌금 300만원, 윤한홍 의원은 징역 6개월 및 벌금 300만원, 이철규 의원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황 전 총리의 구형량도 징역 1년 6개월에 이른다.
줄줄이 실형 구형된 국힘…'까딱하면' 피선거권 박탈
이처럼 중형 구형이 불가피했던 이유로는 2012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의 특수성이 꼽힌다. 해당법 상 국회 회의를 방해하고자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감금 등을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더욱이 공직선거법은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시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규정하고 있다. 집행유예 이상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10년간 제한된다.
똑같은 당사자라 해도, 국민의힘이 느끼는 위기감은 여당과 사뭇 다르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동폭행·공동상해 등으로, 국회법 위반은 해당사항이 없다. 피선거권 박탈 요건이 훨씬 까다롭다는 의미다.
이에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정치로 풀었어야 할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악법(惡法)' 저지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빚어진 충돌이란 취지다.
나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은 사법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 영역의 일"이라며 "공수처법 등은 반(反)헌법적 법안이었다"고 호소했다. 송 원내대표 또한 "패스트트랙 절차 자체가 국회법과 헌법을 위반했다고 인식했다"며 "정치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의 저의 책임이라 믿었다"고 했다.
"유죄는 정해진 수순"…'추경호 체포동의안 표결' 앞두고 촉각
당에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간판' 격인 중진들이 줄줄이 엮여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기소된 첫 사례 △물리력 행사의 증거가 충분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유죄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당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이란 법을 안 만들었으면 모르지만, 유죄가 안 나올 순 없다. 엄정한 선고를 안 하면 그 법이 너무 우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도 "사실 유죄가 인정된다면 피선거권에 (즉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며 "피고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선고유예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만약 1심에서 검찰 구형에 준하는 의원직 상실형이 나오고, 이같은 판단이 상급심에서 유지된다면 복수의 의석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핵심 피고인인 송 원내대표는 원내 지도부를 이끌고 있고, 나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인 동시에 서울시장 후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설상가상 국민의힘은 오는 27일 내란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이 영장을 청구한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도 앞두고 있다. 한 당직자는 "27일을 분수령으로 본다. 그날을 넘기면 당의 사법리스크는 어느 정도 일단락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