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실시한 '벤처캐피탈 투자 애로요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2.8%는 "최근 1년간 투자재원 조달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투자금 회수 여건이 악화됐다"는 응답도 71.7%에 달했다. 이는 최근 코스닥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 시장이 위축되면서 VC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통로가 줄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자금난이 이어지면서 VC들의 정책금융 의존도가 커지는 현상도 뚜렷했다. 최근 2년간 모태펀드·성장금융·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출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VC는 전체의 75.2%였고, 이 중 91.8%가 "민간자금 매칭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정책펀드가 최대 60%까지 출자하고 나머지 40%를 민간 LP가 채워야 펀드가 결성되는데,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펀드 자체가 결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요구도 높았다. VC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기술특례상장 등 상장요건 개선(69.0%)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68.1%) 등을 꼽았다. 기술특례 심사기준이 불명확하고 비공개라는 점이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함께 GP(펀드 운용사)로 참여하는 '공동 GP(Co-GP) 허용'도 응답기업의 61.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지주회사의 자본 여력 확대"(68.1%), "산업자본의 기술·시장 이해도 활용"(23.2%) 등이 꼽혔다.
투자대상 측면에서는 수도권 쏠림이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VC의 80.5%가 "투자 대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답했고, 비수도권 투자 비중이 높다는 응답은 10.7%에 불과했다. 그러나 비수도권 투자 확대 필요성에는 응답자의 65.5%가 공감했으며, 74.3%는 향후 지방 투자 확대 의향을 밝혔다.
이에 따라 VC들은 △모태펀드 내 권역별 펀드 신설(25.7%) △지방 스타트업 클러스터 확대(23.9%) △지자체 직접 출자 확대(23.0%)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성훈 강원대 교수는 "유동성 공급도 중요하지만 지방에 투자할 만한 유망 벤처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우선"이라며 "특구·메가샌드박스와 연계한 규제 완화, 전기요금·세제 지원,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지방 벤처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주식시장의 열기가 벤처투자 업계에는 아직 닿지 않았다"며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금산분리·상장요건 등 규제를 개선하고, 코스피·코스닥·비상장 시장 전반의 투자 환경을 기업·투자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