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 대모산성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출토됐다. 연대가 이르면 439년(기묘년)으로 추정된다.
경기 양주시와 재단법인 기호문화유산연구원은 올해 5월부터 양주 대모산성에서 진행한 제15차 발굴 조사에서 약 1500년 전 백제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 3점을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목간은 종이가 발명되기 전 동아시아 사회에서 널리 쓰인 기록 자료로 당대 사람들의 삶과 생활사를 담고 있어 귀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목간은 성안에서 쓸 물을 모아두던 집수 시설에서 나왔다.
백제가 한성에 도읍을 둔 시기(기원전 18년~475년) 유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기 조각 등이 백제 지층에서 함께 출토됐다. 한국목간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글자를 판독한 결과, '기묘년'(己卯[年])이라는 글자가 확인됐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목간은 551년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몽촌토성 출토 고구려 목간이다.
목간학회 측은 "함께 출토된 토기 연대, 475년 백제의 웅진(지금의 충남 공주) 천도 등을 고려하면 '기묘년'은 439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목간은 551년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몽촌토성 출토 고구려 목간이다.
다만, 전문가 자문과 적외선 촬영에도 불구하고 글자를 정확히 판독하지는 못했다.
만약 이번에 발견된 '기묘년'이 439년으로 특정된다면 몽촌토성 출토 목간보다 100년 정도 앞서게 된다.
나머지 목간 2점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 앞·뒷면을 합쳐 20자 이상 적혀 있는 목간의 경우, 주검이나 시체를 뜻하는 '시'(尸) 자 아래에 여러 글자가 있으며 '천'(天), '금'(金) 자도 보인다. 목간이 발견된 주변에서는 점 뼈, 즉 점을 치는 데 쓰던 복골(卜骨)도 여럿 나왔다.
양주시와 연구원은 오는 28일 오후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그간의 조사 성과와 목간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