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네오콘'의 상징이었던 고(故)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장례식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됐다.
이날 장례식에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한 배를 탔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물론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마이크 펜스·앨 고어·댄 퀘일 전 부통령 등이 참석했다.
같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초대받지 못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딕 체니를 충성스럽고 안정적인 인물로 칭송하며 "말이 절제되고 진지했으며, 이성적 두뇌의 최고의 판단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3일 딕 체니 별세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딕 체니와 그의 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특히 리즈 체니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와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리즈 체니는 이날 추도사에서 "아버지에게 헌법 수호와 정당 수호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당의 유대감은 항상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공유하는 단일한 유대감에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소속인 현직 정·부통령의 장례식 불참에 대해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와 부시 행정부 시절 공화당이 대표하던 전통적 보수주의 사이의 깊은 분열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국립대성당에는 오랜 정치적 동맹과 적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서로 악수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차분히 장례식을 기다렸다.
바이든 전 대통령도 해리스 전 부통령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지난 대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해리스 전 부통령은 최근 짧았던 대선 기간을 회고하는 책을 내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유력 주자들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를 내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에서 오랜 재검표 끝에 고배를 마신 고어 전 부통령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