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액 알바라더니…필리핀에 통장·유심칩 넘긴 일당 검거

'고액 알바', '대출' 등 미끼로 급전 필요한 이들에게 접근
개인계좌·OTP·유심칩 등 모아 필리핀 사기 조직에 전달
지역별로 관리하고 역할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
총책 등 2명 직접 출국해 사기 조직에 접촉하기도

연합뉴스

'고액 알바 보장', '소상공인 대출' 등을 미끼로 개인계좌와 유심칩 등을 수집해 필리핀 사기 조직에 넘긴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과 가담자 등 46명을 검거하고, 이들 가운데 총책 A(30대·남)씨 등 5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통장 수거책과 명의자 등 41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A씨 일당은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다수의 계좌 명의자를 모집한 뒤 개인 계좌와 금융거래 비밀번호 생성기(OTP), 휴대전화 유심칩 등을 확보해 필리핀 사기 조직에게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고액 보장 아르바이트', '소상공인 대출' 등 내용의 광고 문자, SNS 게시글 등을 이용해 신용불량자와 대학생, 주부, 배달원 등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에게서 연락이 오면 "통장 명의를 빌려주면 200만 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하며 개인 계좌와 금융거래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을 건네받았다.

이후 이들에게 휴대전화 유심칩 등을 추가로 빌려준다거나, 만약 계좌가 정지될 경우 더 많은 수수료를 건네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가로챈 통장과 휴대전화 유심칩 등은 필리핀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사기 범죄 조직에 제공했다. 그 대가로 1건당 적게는 1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부산진경찰서. 송호재 기자

경찰은 A씨 일당이 넘긴 통장과 휴대전화가 보이스피싱과 투자 리딩방 사기 등에 악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일당이 제공한 통장을 통해 빠져나간 금액은 계좌 1개당 4억 원 상당으로, 합산한 범죄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구속된 A씨 등 일당 5명은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부산과 인천, 광주 등 지역을 각각 맡아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총책 A씨 등 2명은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해 직접 필리핀으로 건너가 현지 사기 조직에게 대포통장과 OTP, 유심칩 등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지역별로 모집책과 수거책 등 역할을 따로 두고 성과에 따라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직적으로 범행했으며, 일부 수거책들은 지인을 끌어들이며 범행 규모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어떤 명목으로든 개인 계좌 등을 빌려달라는 제안에 응할 경우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며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며 또 다른 범죄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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