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할퀸 풍세면' 천안 이랜드 화재 피해 계속[영상]

건물 잔해 매달려 추가 붕괴 우려
인근 기업 유리창·전선 녹아 복구비만 수천만 원
식당 손님은 절반으로 '뚝'…배추 농가 8만 포기 전량 폐기

충남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현장. 박우경 기자

"소방 생활 34년 만에 이렇게 큰 불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도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충남 천안동남소방서 소속 베테랑 소방대원 A(55)씨는 이같이 말했다.

대형 화재가 휩쓸고 간 충남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는 21일에도 매캐한 연기가 남아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건물 잔해물에서는 끼익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추가 붕괴 위험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불길을 잡은 소방관들은 이번 화재 규모에 혀를 내둘렀다. 물류센터 내 의류와 신발 등 가연성 물질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상당한 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 소방대원은 "신고를 받고 먼저 도착한 소방차 2대가 건물 안에 있었는데, 끼익거리는 소리에서 붕괴 조짐을 느껴 바로 철수했다"며 "그렇지 않았으면 소방관들도 크게 다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방대원도 "부탄가스 제조 기업에서 화재가 났을 때도 두려움을 느꼈지만, 이번 화재는 그보다 더했다"고 말했다.

화재 열기로 금이 간 인근 기업 유리창. 박우경 기자

대형 화재의 여파는 풍세면 주민들의 삶까지 덮쳤다. 물류센터와 인접한 B기업 건물은 열기로 유리창이 깨지고 전선이 녹아내렸다. 피해액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기업 관계자 김모(40대) 씨는 "열기로 유리창이 깨진 것은 기본이고 태양광 패널도 찌그러졌다"며 "녹아내린 송전선로도 책임 분기점 기준에 따라 우리가 수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비용만 1200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주변 상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물류센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27)씨는 "한 손님은 전화로 예약을 했다가 화재 소식을 듣고 '아기가 걱정돼 방문이 어려울 것 같다'고 취소했다"며 "큰 길이 통제되면서 지나가는 손님도 많이 줄었고, 화재 전후를 비교하면 손님이 절반으로 급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인근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정연엽(54)씨는 올해 심은 8만 포기 배추를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화재로 분진이 밭에 떨어져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랜드패션 화재 피해로 출입이 통제된 배추밭. 박우경 기자

정 씨는 "화재 당시 섬유 조각과 분진, 패널이 밭에 날아왔다"며 "소방헬기가 건물 위에 물을 뿌리면서 발생한 수증기도 상당했는데, 토양 상태가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감식은 건물 붕괴 위험으로 외곽에서 육안으로 발화 지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오후에 드론을 투입해 정밀 촬영을 실시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5일 오전 6시 8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풍세산업단지 내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발생해 60시간 만인 지난 17일 오후 6시 10분쯤 꺼졌다. 이랜드패션 물류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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