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기리며 "오늘날 대한민국은 대통령님께서 평생 목숨을 걸고 지켜내신 자유민주주의가 심각한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특히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 "어떠한 폭압과 역경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 국민과 민주주의가 끝내 승리한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장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 대통령님께서 하신 이 말씀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르침"이라며 "서로 손을 맞잡고 국민이 하나로 뭉쳐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비바람과 폭풍을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길을 걸어가면 거칠 것이 없다는 대통령님의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신념은 우리의 이정표"라며 "불의와 불법, 불공정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옳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했다.
또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되찾겠다"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새벽'을 열겠다고 언급했다. 최근 '대장동 개발비리 재판' 항소 포기와 맞물린 대여(對與) 공세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장 대표 외 국민의힘 인사들도 정부·여당에 각을 세웠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께서 지켜온 개혁과 민주주의 가치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은 탄핵과 사법적 심판을 받고 있고, 현직 대통령은 다수의 혐의에도 재판을 피하려는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사법부 파괴를 일삼는 현 정권 행태를 보셨으면, 대통령님께서 뭐라고 하셨을지 심히 자괴스럽다"며 여당을 비판했다.
다만,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개혁신당은 곧 1년이 되는 12·3 불법 비상계엄을 강하게 비판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특히 올해 추모식은 작년 겨울 비상계엄을 겪고 맞이하는 첫 추모식"이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비상계엄 당시 많은 국민들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고 외치며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싸우신 당신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겨누며 장 대표와는 사뭇 다른 맥락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 셈이다.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인 김덕룡 추모위원장도 비슷한 취지의 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 선포는 21세기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역사의 퇴행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그런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과감히 절연하지 못하는 지금의 야당 모습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김 위원장은 동시에 "전 정권의 반사이익으로 집권한 여당은 '내란 청산'을 명분으로 정치 보복에 몰두하고 사법부를 공격하며 법치주의를 허물고 있다. 이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의 결핍"이라며 여권에도 경고를 남겼다.
이날 추도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등 유족과 정병국·김무성 전 의원, 정대철 헌정회장 등의 정치권 원로들도 참석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조화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