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11.22사건 재일동포 간첩 조작 국가폭력 증언

11.22사건 50년, 국가폭력 피해자 대화 한마당

"50년 전 남산 지하실에 감금되어 수십일 동안 몽둥이와 갖은 고문으로 강제 자백을 강요당하며 맞아 죽을 것 같아서 사실도 아닌 진술서를 써야만 했습니다."
 
이철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회장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대화 한마당'에서 1975년 11월 22일 당시 박정희 정부 중앙정보부에 의해 자행된 불법 체포와 고문, 허위 자백에 근거한 옥살이 등 피해를 증언했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난 우리들은 모국 유학을 통하여 우리나라를 배우고 같은 또래 청년 학생들과 시대정신을 공유하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회복과 통일 될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했을 뿐"이라며 "그러나 그 죄 아닌 죄로 우리들의 젊은 꿈과 이상은 송두리째 뽑히고 빼앗겼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이어 "현재까지 사형수, 무기수들을 포함한 45명이 재심 무죄를 받았으니 이제 제주4.3이나 광주5.18 같은 재일동포 특별법을 입법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11.22 사건과 관련되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일동포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며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의대 간첩조작사건 생존자 강종헌 씨는 "조국을 찾아 함께 좋은 사회를 만들려 했던 재일동포 유학생들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 무기징역 등 중형을 내렸다"며 당시를 "야만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강 씨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국민들 대다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하는 그 악법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과거의 억압 사례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지만 오늘도 같은 악법으로 유죄 사건이 만들어지는 기막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화 한마당에서는 11.22사건의 진실을 알린 일본인들의 활동도 소개됐다.
 
'한일문제를 생각하는 히가시오사카 시민모임' 다무라 고지 씨는 "일본에서의 구원운동은 1975년 11.22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식민지, 분단, 독재라는 삼중의 고통을 겪어온 9명의 사형 선고자를 포함한 100여 명의 재일한국인 양심수 전원을 한국 민주화운동과 연대해 석방시키는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재일동포 정치범 사건 재심 변호단' 조영선 변호사는 "간첩 사건으로 동료들이 체포 구금되어 고문을 받거나 유죄판결, 제적 등으로 인생의 나락으로 간 경우도 있다"며 "판결로서 치유되지 않는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서로의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과 일본 구원회 활동에 대해 흩어져 있는 과거와 현재 소송 기록들을 모으고 종합적인 연구와 평가가 필요하다"며 "젊디 젊은 청춘은 어느덧 70을 넘긴 초로가 되었다. 기록되지 않으면 가을 낙엽처럼 으스러진다"고 강조했다.
 
11.22 사건은 1975년 11월 22일 당시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유신 반대 시위를 잠재울 목적으로 재일교포 유학생 21명을 불법 체포와 고문, 허위 자백을 통해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이후 2010년대 들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기 시작했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가 저지른 반인권적 범죄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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