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찾은 '신정동 연쇄살인범'은 범행 건물 관리인[박지환의 뉴스톡]


[앵커]
장기 미제로 남았던 서울 양천구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0년 만에 밝혀졌습니다.

경찰이 사망자 DNA까지 확보해 대조하는 등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진범을 찾아낸 겁니다.

다만 범행 당시 60대 초반이던 피의자는 이미 10년 전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됩니다.

자세한 소식 사회부 김수정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2005년 서울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 발생 당시 현장. 연합뉴스

[기자]
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양천구 살인 사건의 진범, 드디어 특정됐다고요?

[기자]
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오늘 2005년 양천구 신정동에서 연달아 발생한 부녀자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장모씨를 특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씨는 범행 당시 병원이 입점해 있던 건물 관리인으로 일했는데, 2005년 6월과 11월 두 번의 사건 모두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장씨는 공휴일에 병원을 찾은 피해자들을 "1층 문이 닫았으니 지하로 들어가라"며 유인해 지하 창고로 데려가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굉장히 오래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인데 경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기자]
네. 서울 양천경찰서는 사건 발생 직후 3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까지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지만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피해자가 병원에 간다며 나갔다'는 유족 진술을 바탕으로 신정동 일대 병원과 약국을 탐문 수사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습니다.

또 20년 전에는 유전자 분석 기법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시체나 시체를 묶은 끈 등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도 수사에 어려움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렇게 8년간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고 결국 사건이 2013년, 미제로 전환된 겁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신재문 팀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양천구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범인 특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영영 묻힐 뻔 했던 미제 사건이 어떻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겁니까.

[기자]
네. 2016년 서울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이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사건은 유전자 분석 기법의 발달로 급물살을 탔습니다.

2020년, 사건 피해자의 속옷과 시체 포장 노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재감정한 결과 두 사건에서 같은 사람의 DNA가 확인된 겁니다.

경찰은 공사현장 관계자, 전과자, 신정동 거주자 등 무려 23만 명을 수사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를 벌였고 이중 약 1500명의 DNA를 일일이 대조했지만, 범인과 같은 유전자를 찾아내진 못했습니다.

결국 수사 대상을 사망자로 넓히게 됐구요.

살인 사건 이듬해 성폭행 미수로 체포돼 복역했던 장씨가 유력 용의자로 좁혀졌고, 최종적으로 장씨의 유전자 정보가 담긴 검체와 범인의 DNA가 일치하면서 최종 피의자를 특정했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앵커]
진범이 사건 직후 성범죄로 복역까지 한 인물이었는데 경찰은 살인 사건과의 관련성을 조사하지 않았나요? 이 부분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기자]
네. 장씨는 사건 이듬해인 2006년 2월 앞선 살인 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양천구 신정동 자신이 일하던 빌딩에서 범행을 시도했습니다.

병원을 찾은 여성을 지하로 유인해 성폭행을 하려다 피해 여성이 도주했고, 그 과정에서 장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장씨는 이 사건으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복역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때 장씨를 앞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연계해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병원 건물 등을 탐문했지만 바로 그 장소에서 벌어진 성범죄 피의자인 장씨에게는 살인 사건에 대해 묻지 않은 겁니다.

경찰의 초기 수사가 부실했단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SBS 제공

[앵커]
비슷한 시기, 인근에서 벌어진 이른바 '엽기토끼' 살인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사건이라면서요?

[기자]
네. 앞서 한 방송사에서 비슷한 시기 벌어진 다른 미수 사건을 다루면서 신정동 연쇄 사건과의 연관성이 의심됐습니다.

여성이 범인을 피해 숨은 건물 2층 계단에서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은 신발장을 봤다고 증언해,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이 일명 엽기토끼 살인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건데요.

하지만 범행이 벌어진 2006년 5월 당시 장씨는 이미 성폭행 혐의로 수감 중이라 동일범일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수정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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