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밥 망했네' 진 밥, 이유가 있었다…밥의 황금비율은?

[개척자들]경기도 농업기술원 함승일 밥 소믈리에


매일 먹는 밥 한 그릇에도 과학과 예술이 깃들어 있다. 최근 '밥 소믈리에'라는 생소한 직업이 관심을 끌면서, 국내 쌀 품종의 다양성과 밥맛의 기준을 다시 바라보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의 함승일 밥 소믈리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밥맛의 세계는 훨씬 깊고 전문적"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밥 소믈리에 자격증.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

함 소믈리에는 일본 치반(Chi-ban) 협회의 밥 소믈리에 자격 시험을 통과한 국내 100여 명 중 한 명이다. 국내에는 아직 체계적인 밥 소믈리에 교육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일본식 교육과정을 참고해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그 역시 경기도에서 개발된 신품종 쌀을 홍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쌀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체계적 지식을 쌓기 위해 자격 취득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일본 밥 소믈리에 자격증.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

밥 소믈리에 교육 과정은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밥맛을 비교해 평가하는 식미 테스트, 벼의 생육 과정, 품종별 특성, 밥물 비율 등 매우 실용적인 지식들이 포함된다.


쌀과 물의 황금비율.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

특히 밥 지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계량'이다. 함 소믈리에는 "많은 분들이 손가락으로 물 높이를 재는데, 그 방식은 오차가 너무 크다"며 "쌀 100g에는 물 130ml, 즉 1대 1.3 공식을 기억하면 실패 없는 밥이 된다"고 설명했다. 밥솥의 눈금 '1'은 150g의 쌀에 필요한 물 양을 의미하는데, 이 기본 계량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보관법도 중요하다. 도정된 쌀은 영양성분이 산소와 닿으면서 산패가 빠르게 진행된다. 함 소믈리에는 "가능하면 도정 후 일주일 안에 먹는 게 가장 좋고, 2주가 넘어가면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연천쌀.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

함 소믈리에는 최근 소개한 쌀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품종으로 경기도 연천의 '연진쌀'을 꼽았다. 연진쌀은 '연천의 보배'라는 뜻을 담아 지역 주민 공모를 통해 정해진 이름이다.

연진쌀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후 조건 덕분이다. 연천은 경기도 북부에 위치해 늦은 밤까지 기온이 낮고, 등숙기(쌀알이 여무는 시기)에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날이 많다. 이 같은 조건은 쌀알이 단단하게 여물고 탄력을 갖는 데 중요한 요소다.

연진쌀의 가장 큰 특징은 '잘 흩어지면서도 살아 있는 식감'이다. 중간찰처럼 지나치게 찰지지 않으면서 일반 멥쌀보다 탄력이 좋아 숟가락 한 번만 쓱 저어도 밥알이 고르게 펼쳐진다.

함 소믈리에는 "특히 비빔밥용 쌀로는 가장 뛰어난 품종 중 하나"라며 "밥알이 뭉치지 않으면서도 씹을 때는 부드러움을 유지해 풍성한 식감을 낸다"고 말했다. 일부 셰프들 사이에서는 파에야·리소토 같은 요리에도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쌀을 고를 때는 브랜드보다 '품종명'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유명한 '임금님표 이천쌀'의 실제 품종은 '알찬미', 여주의 '대왕님표'는 '진상'이며,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수양미'는 향미(향이 강한 쌀)로 분류된다.

"브랜드는 지역 브랜드일 뿐이고, 실제 밥맛의 차이는 품종에 의해 결정됩니다." 함 소믈리에는 "연진쌀은 앞으로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주요 품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쌀 문화가 다양해지고 품종 선택 기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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