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새 평화구상안 초안에 대해 "주권, 국민의 안전 및 우리의 레드라인을 벗어난 어떤 결정도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21일(현지시간)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이날 미국 댄 드리스컬 육군장관을 단장으로 한 미국 대표단과 회담했다고 전했다.
우메로우 서기는 "어제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대표단과 회담했고, 오늘 키이우에서 양측 간 기술적 차원의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공정한 평화 회복을 위한 접근 방식, 향후 단계별 절차 및 현실적 추가 대화 형식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파트너들의 모든 제안을 면밀히 검토하며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이는 모든 논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에 유출된 미국의 평화구상안 초안엔 △크림 반도 및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병합 인정 △우크라이나군 60만명 규모로 제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와 이를 헌법에 명시할 것 △모든 나치 이념이나 활동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수준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동맹국들과도 미국의 평화구상안 초안을 두고 대응책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AFP 통신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프랑스, 독일, 영국 정상과 전화 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유럽 지도자들과 G20 회의장 주변에서 함께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관한 어떤 결정도 없다"고 말했다.
전날 EU는 러시아 측 주장이 상당수 반영된 이번 초안 마련 과정에 유럽이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못했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 장관도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이 초안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시급히 논의해야 할 문제 목록일 뿐 최종 계획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EU 내 친러시아 진영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평화안에는 러시아와 미국이 이미 예비 논의를 한 제안들이 포함됐다"며 "지금이 결정적 순간으로 향후 2~3주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