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간 플레이브 "감히 영원을 약속할게요"[노컷 리뷰]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21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첫 아시아 투어 앙코르 공연을 열었다. 플레이브 공식 트위터

"모든 순간이 다 기적 같아요. 진심으로 플리(공식 팬덤명)가 있었기에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거 같아요, 네. 우리 함께 손잡아준 플리 여러분들이 있어서 저희는 또 한 번 앞으로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플리의 헤아릴 수 없는 큰 사랑으로 저희를 예쁘게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플리, 사랑합니다!" (예준)

리더 예준이 이렇게 외치자 다른 멤버들은 모두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렸다. 2023년 3월 정식 데뷔한 플레이브(PLAVE)는 올림픽홀에서 시작해 잠실실내체육관,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을 거쳐 고척 스카이돔까지 입성했다. 모두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는 처음이었다. 플레이브의 발자취가 곧 '버추얼 아이돌의 역사'가 되고 있는 셈이다.

21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플레이브의 첫 아시아 투어 '대시: 퀀텀 리프 앙코르'(DASH: Quantum Leap Encore) 공연이 열렸다. 마치 우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광활한 화면 속 우주선이 나타나고, 멤버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크게 카메라에 잡혔다. 플레이브는 콘서트 의상으로 갈아입고 푸른 별 지구를 향해 뛰어들어 공연을 시작했다.

플레이브는 이번 앙코르 콘서트를 전석 매진시켰다. 소속사에 따르면 최고 트래픽은 53만까지 치솟았다. 블래스트 제공

첫 곡은 '와치 미 우!'(Watch Me Woo!)였다. "헤이, 소리 질러!"라며 분위기를 띄운 플레이브는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밤비와 노아가 서로 얼굴을 가까이하는 장면에서 벼락같은 함성이 튀어나왔다. 곡을 마친 후 멤버들은 곧바로 오프닝 멘트를 이어갔다.

멤버들을 향해 "(여기는) 고척이다"라며 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투로 운을 뗀 예준은 엉덩이를 흔드는 동작을 하고는 부끄러움에 무릎을 꿇어 폭소를 자아냈다. 최근 발레를 배우고 있다는 하민은 발레 동작을 하면서 인사해 다시금 웃음을 유발했다.

밤비는 "이렇게 큰 곳에 플리만 가득하다는 게 '트루먼 쇼'는 아니지 않나"라고, 하민은 "이런 날이 올지 정말 상상도 못 했다"라고, 노아는 "(언젠가) '고척돔 가는 날이 있지 않겠냐, 소원이다'라고 했는데 이뤘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하민은 '아일랜드' 무대 때 피아노를 연주했다. 블래스트 제공

"우리가 누구? 플!레!이!브!"라는 구호를 외치고 시작한 다음 곡은 '버추얼 아이돌'(Virtual Idol)이었다. 이 노래는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게 돼 넌 결국엔 입덕 /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 실버색 검은색 / 궁금해서 못 참을 거야 분명 / 버추얼 아이돌 우린 플레이브" 같은 가사에서 알 수 있듯, 플레이브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습니다'로 끝나는 가사를 '~슴다'로 발음하는 것이 잘 들렸다.
 
곡이 바뀔 때마다 의상과 무대 배경이 그에 맞게 확 달라지는 것이 플레이브 공연의 특징이었다. 이날 플레이브가 입은 옷 수가 곡 수와 같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여섯번째 여름'(The 6th summer) 때는 세로로 긴 천이 내려와 멤버 한 명의 모습을 훨씬 크게 담아냈다. 그 덕에 빗방울이 번지는 효과나 '프롬'(From) 때 물방울이 아래서 위로 올라오는 효과 등이 육안으로도 확인됐다. '아일랜드'(Island) 무대에서는 하민이 직접 피아노를 쳤다.

별도 스튜디오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노래와 춤을 소화하는 모습이 고척돔 내 대형 전광판으로 이원 생중계되는 방식의 공연에서, 플레이브는 자리에 모인 팬들의 모습을 보며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호흡했다. 눈밭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겨울 분위기가 물씬 났던 '디어. 플리'(Dear. PLLI) 때는 즉석에서 휘파람을 불고는 "이거 라이브예요"라고 하거나 "플리야 감기 조심해요"라고 적재적소에 멘트를 날렸다.

노아가 전광판에 잡힌 모습. 블래스트 제공

한 번 들으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이지 리스닝 계열 곡이자 대표곡인 '웨이 포 러브'(WAY 4 LUV)에서는 가면 무도회 콘셉트를 가져와 왕궁 느낌을 재현했다. 예준과 하민은 페어 안무, 노아는 무릎 꿇는 퍼포먼스를 각각 선보였다.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의 곡 '대시'(Dash)에선 양 볼에 상처 분장을 한 노아가 문을 열었다. 기타와 드럼 소리가 특히 잘 들리는 무대였다.  
 
차를 타고 화려한 도시를 지나는 느낌을 연출한 '크로마 드리프트'(Chroma Drift),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노래한 '아이 저스트 러브 야'(I Just Love Ya), 9분할로 나누어진 공간에서 퍼포먼스를 펼친 '펌프 업 더 볼륨'(Pump up the volume), 아이돌 콘셉트의 클래식인 '교복'을 입고 나온 '숨바꼭질', 피아노와 기타 연주가 귀에 들어온 '기다릴게'(Wait), 멤버별로 색색깔의 하트를 머리 위에 띄운 '픽셀 월드'(Pixel World)까지 그동안 플레이브가 발표한 수많은 곡으로 세트 리스트를 채웠다.

어떤 무대에서나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는 팬들의 함성이 가장 커졌던 순간은 커버 무대 때였다. 그룹 동방신기(TVXQ!)의 대표곡 '주문'(MIROTIC)의 전주가 나오자 객석의 흥분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비명이 터졌다. 수트에 레이스 안대를 착용한 멤버들을 향해 팬들은 환호와 응원법으로 화답했다. 하민이 "정말 수상할 정도로 응원법을 잘한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야"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다.

전광판에 은호가 잡힌 모습. 블래스트 제공

초심을 되새기며 고척돔 앞에서 버스킹 무대를 열기도 했다. 밤비는 정키의 '잊혀지다', 하민은 허각의 '헬로'(Hello), 노아는 일본 곡 '베텔기우스'를 커버했고, 예준과 은호는 각자의 자작곡 '좋아한다는 그 한마디' '벗 유어 아이돌'(But Your Idol)을 불렀다.

이날 플레이브는 본 공연에서만 17곡의 무대를 소화했다. 전용 공연장이 아닌데도 플레이브 공연의 음향이 뛰어나 라이브감이 매우 생생하게 전달됐다. 밴드 라이브의 연주나 댄서들의 퍼포먼스 역시 관객에게 무사히 도착해, '공연의 근본'이 지켜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간혹 음정을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밴드 라이브의 풍성한 사운드에 성량이 묻히는 것, 특히 고음 처리 때 '생목'이 두드러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술적인 문제도 노출됐다. 핸드 마이크를 든 손 모양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이 반복된 것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를 든 모습 자체가 어색하게 처리되고, 손가락이 마이크를 통과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가운데 어색한 표정 하나가 길게 이어지거나 입 모양 싱크가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0일 발매된 신곡 '뿌우!' 콘셉트 사진. 블래스트 제공

앙코르로 신곡 '뿌우!'(BBUU!)(산리오) 무대를 최초 공개하고 '왜요 왜요 왜?'(Why?)까지 부른 플레이브는 고척돔에 선 소감을 밝혔다. 은호는 "앙코르 콘서트 고척돔에서 저희가 할 수 있을지 정말 몰랐다. 엄청 많은 플리들이 채워주시는 게 정말 믿어지지가 않고 아, 그냥 너무 감사드린다. 이 큰 사랑에 보답하는 플레이브가 되겠다. 늘 옆에 있어 달라. 저희는 내일도 새로운 챕터를 향해 렛츠 고!"라고 전했다.

"저희가 고척돔까지 오게 되었다는 게 사실 믿기지가 않는다"라고 한 밤비는 "큰 사랑을 주신다는 거 알고 있고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발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같이 갔으면 좋겠고 (플리) 옆에서 늘 즐겁고 행복한 존재가 되고 싶다. 여러분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플리 덕분에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고 언급한 예준은 "플리 여러분들과 같이 손잡고 걸어가다 보니 이렇게 고척돔까지 왔다. 저희 더 멋진 곳을 향해 걸어가자. 플리 없으면은 저희 플레이브 없다는 거 꼭 알아주시면 좋겠다. 플레이브는 플리만 보고 앞만 보고 가겠다"라고 밝혔다.

플레이브는 가상 아이돌 최초로 고척 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블래스트 제공

"꿈에 그리던 고척돔"에 온 노아는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 플리분들께 사랑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모든 것들은 변하기 마련이지 않나. 그 변화 속에서 저희는 변하지 않고 여러분 옆에 있겠다고 감히 영원을 약속하겠다"라고 해 주변을 뭉클하게 했다.

하민은 "사실 저의 꿈에는 고척돔은 없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무대라고 저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고척돔에서 저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춤을 춰드리고 같이 눈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도 큰 영광이다. 이 영광을 저에게 선물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이 고척돔이라는 멋있는 무대가 정말 많은 아티스트분들 꿈을 키우고 있는 연습생분들에게도 정말 꿈의 무대다. (저희도) 아티스트분들한테 인정받고 꿈을 키워나가는 연습생들에게 또 하나의 꿈이 될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부연했다.

버스킹과 앙코르까지 20곡이 훌쩍 넘는 세트 리스트를 펼친 플레이브는 오늘(22일)까지 이어지는 2회 차 공연으로 총 3만 7천 관객을 동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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