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강원 태백고원체육관은 전국에서 산 넘고 바다 건너 영하의 맹추위를 뚫고 모여든 '주짓수 꿈나무'들로 가득찼다.
경기장 주변과 복도 곳곳에 설치된 매트에서 선수들은 스프롤(태클 방어 기술)과 관절 스트레칭 등 기본 동작을 반복하며 몸을 데웠다.
개회선언과 함께 10개 매트에 오른 심판들이 '콤바치(Combate, 포르투갈식 전투 표현)'를 외치자 청색과 적색 띠로 나뉜 선수들이 저마다 자신있는 포지션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시작했다.
가드(Guard, 방어 자세)와 스윕(Sweep, 자세 전환)으로 시작해 암바(armbar, 관절 꺾기)와 초크(Choke, 목 조르기)로 '한판'에 경기를 뒤집는 서브미션(Submission, 항복 전략)까지. 선수들은 관절을 비틀고 뒹굴며 선취점을 얻기 위해 몸부림쳤다.
참가자들의 연령대와 체급이 올라갈수록 거칠고 화려한 기술들이 펼쳐졌고, 관객석을 가득 메운 선수 가족들의 환호성과 탄식이 교차하며 대회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내년도 주짓수 국가대표로 뛸 선수들을 가리는 '2026 주짓수 성인·청소년 국가대표 선발대회'가 열렸다. 주짓수 국가대표는 일반부(성인), 청소년대표는 U10·12·14·16·18·21로 나뉜다.
대회 첫날인 이날 U21과 일반부를 제외한 국내 주짓수 유망주들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U21과 일반부 대회는 23일 진행된다.
대회 1일차 결과, 경기도(21명)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대표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가 인천시(11명), 3위 충청남도(6명) 순이다.
특히 올해 세계주짓수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이자, 경기도 대표선수인 김포시의 강진모(중2·팀토마주짓수 김포 운양동 본관) 군이 U16M-48kg 부문 청소년대표에 올랐고, 같은 팀 소속인 박진우(초1) 군은 한 체급을 올려 U10M-32kg 부문에 가장 어린 나이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시에서는 청라지역 체육관 한 곳에서만 전국 최대 규모인 청소년대표 5명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상기주짓수 소속 유시현, 문하율, 맹서빈, 맹우빈, 이현지 선수 등이다.
대한주짓수회에 따르면 성인과 청소년 부문을 합쳐 전국 17개 시도 주짓수 대표와 현재 국가대표(성인) 선수 등 1254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지역별로 경기 248명과 인천 122명으로 경인지역에서 가장 많은 선수들이 대기줄에 섰다. 이어 △서울 98명 △경남 97명 △부산 93명 △경북 86명 △충남 80명 △강원 76명 △전남 60명 △충북 55명 △대구 45명 △전북 43명 △울산 41명 △광주 38명 △대전 32명 △제주 24명 △세종 16명 등이다.
대회는 남녀로 나눠 연령대와 체급 기준으로 각 부문별 1위가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2위는 상비군이다.
성인 국가대표에게는 국제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아시안게임포인트를 책정해 별도로 출전 선수를 선정한다. 주짓수는 2018년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왔다.
이번 대회 모든 경기는 일부 지상파 방송 스포츠채널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또 대회장에는 대형 전광판 등이 설치돼 체육관 어디에서든 주요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이날 개회식에는 대한주짓수회 박경준 부회장과 최근 대한주짓수회 회장에 당선된 강종성 씨엠에스트레이딩 대표, 각 시·도 주짓수회 임원단 등이 참석했다.
박경준(선문대 무도경호학부 교수) 대한주짓수회 부회장은 "대한민국의 주짓수 대회 체계와 주짓수 협회는 전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되고 활성화돼 있다"며 "국가대표, 청소년대표 선발전을 통해 무도의 철학이 깃든 K-주짓수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한주짓수회도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짓수 종목은 2019년 대한체육회 준회원 종목으로 등록된 뒤 4년 만에 정회원으로 승격됐다. 100년 대한체육회 역사에서 가장 빠르게 제도권에 안착한 무술종목이다.
그 사이 전국 주짓수 체육관 수는 800여 곳에서 1300여 곳으로 급증했다. 유소년 선수층 확대와 맞물려 주짓수 대중화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