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보이콧했던 조혜진 경기지사 비서실장이 의회 파행 사흘 만인 22일 입장을 밝혔다.
성희롱 발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우식(국민의힘·비례) 운영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그는 "성희롱 피고인이 도민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며 "운영위원장 자리를 지키는 행태야말로 의회 경시이자 도민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 위원장 주재 행감 불출석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선출직이 아닌 비서실장은 통상적으로 외부로 의견 표출을 하지 않지만 이례적으로 실명을 밝히면서 입장을 낸 것이다
"반성없이 의사봉 쥔 양우식, 피해자에게 2차 가해·공직사회에 윤리적 상처"
조 실장은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이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공직자와 노조, 시민사회를 향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2·3차 가해를 하는 사람이 운영위원회를 진행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징계는커녕 감싸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없다는 동료들의 목소리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행정사무감사 불출석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조 실장은 "여러 차례, 다양한 경로로 양우식 위원장이 운영위원회 사회를 보는 것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도의회를 무시하거나 불출석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고, 다만 성희롱 범죄 피고인이 운영위 사회권을 잡는 건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도민 대표기관인 도의회에서 어떤 반성도 없이 의사봉을 쥔 채 공무원들에게 도덕적 우위를 행사하려는 (양 위원장의) 모습은 성희롱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로, 공직사회에는 심각한 윤리적 상처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조 실장은 자신을 비롯한 보좌진의 행감 불출석이 "도의회 경시 또는 도민 모욕이라는 양 위원장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성희롱 관련 피고인인 양 위원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행태야말로 의회 경시이자 도민 모욕"이라고 맞받아쳤다.
조 실장은 경기도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이자 사상 첫 더불어민주당 여성 보좌진협의회장을 지낸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며 "20여년 공직자로 지내면서 성희롱 가해자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거나 나아가 감싸는 건 이제 옛날 일이라고 여겼지만 경기도의회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모든 원인은 성희롱 반성하지 않는 양우식 한 명 때문"
조 실장은 "저는 도의회를 존중하고, 그 어떠한 질책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저의 입장을 지지하고 응원해 준 동료 공직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원인은 성희롱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양 위원장 한 명 때문인데 그의 버티기에 도의회와 경기도 모두가 속수무책인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그럼에도 한 번 더 분명히 짚고 싶은 건 양 위원장이 결자해지해야 하고, 스스로 위원장직에 내려오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조 실장을 비롯한 경기지사 보좌진 5명은 지난 19일 오전에 열린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조 실장 등은 불출석 이유로 양 운영위원장이 성희롱 발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다 노조 등이 사퇴 요구하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도의회 운영휘 행감은 파행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모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 5월 9일 도의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서울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사무처 직원 A씨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노조는 양 위원장의 의원직 제명과 사퇴를 줄곧 요구했지만 그는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을 통해 무죄를 확인하겠다"며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