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벨렝(Belém)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30)가 현지 시간으로 22일 오후 9시(한국시각 23일 오전 9시) 폐막했다. 당사국과 의장단 간 50여 시간에 걸친 막판 철야합의 끝에 당초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늦게 마친 것이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은 결국 산유국 반대로 무산됐다.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도울 재원 마련 강화 방침은 합의됐다. 외신에서는 "이번 COP30은 지난 30년간 열린 기후회의 중 가장 이견이 대립한 회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치랑 결정문' 등 '벨렝 패키지' 채택…화석연료 언급 빠져 비판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총회 의장국인 브라질은 '무치랑 결정문', 전지구적 적응목표, 정의로운 전환, 전지구적 이행점검 등 주요 의제를 '벨렝 정치 패키지(Belém Political Package)'로 포괄해 채택했다.
브라질 토착언어로 '공동협력'을 의미하는 무치랑(Mutirão) 결정문에는△과학‧형평성‧신뢰‧다자협력에 기반해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공동협력의 중요성 △2023년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 2024년 제1차 격년투명성 보고서(BTR) 제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제출이라는 파리협정 정책 주기의 본격적 운영 △글로벌 이행 가속기(Global Implementation Accelerator), 벨렝 1.5℃ 미션(Belém Mission to 1.5) 등 각국의 기후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협력적‧자발적 전지구적 이행 플랫폼 출범 △2035년까지 적응 재원 3배 확대 △기후정책-무역 간 연계 고려 등이 담겼다.
그러나 지난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 결정문상 '에너지시스템의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ing away from fossil fuels)'의 구체적 이행방안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은, 산유국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앞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협상일정에 앞서 개막한 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마련을 언급했고, 영국과 유럽연합(EU), 콜롬비아 등 약 80개국이 동의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강한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번 회의에 대해 "지난 30년간 열린 회의 중 가장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회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합의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현실 확인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뚜렷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부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고, 중국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브라질이 이번 회의 직전 아마존강 하구 인근 해역에서의 석유 탐사 시추를 승인하면서 룰라 대통령의 외침도 '체면치레'에 그쳤단 평가다.
BBC는 "이번 회의에서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영향은 비슷했다"며 "미국은 접근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은 침묵함으로써 이득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리더십 부재를 파고든 러시아가 평소와 달리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추진을 막는 데 앞장서고, 사우디를 위시한 산유국은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며 로드맵을 무산시켰다고 꼬집었다.
美 빠지고 中 침묵…뚜렷한 리더십 없이 이견 대립
전지구적 적응목표와 관련해, 파리협정에서 규정한 △적응역량 향상 △기후회복력 강화 △기후변화 취약성 저감이라는 목표의 진척을 점검할 수 있는 지표체계, '벨렝 적응 지표(Belém Adaptation Indicators)'가 채택됐다.
자발적·비처방적 성격으로, 7개 주제별 목표(물, 식량·농업, 보건, 생태계, 인프라·정주지, 빈곤·생계, 문화유산)에 38개 지표, 4개 차원별 목표(평가, 계획, 이행, 모니터링·평가·학습)에 21개 지표가 배치됐다.
정부는 "이번 지표 채택으로 그동안 정량화가 어려웠던 적응 분야의 진척 측정이 가능해졌다"며 "감축에 비해 더디게 진행돼온 적응 논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재원, 기술, 역량배양 등 개도국 대상 이행수단 제공 현황이 투명하게 집계돼 적응 행동의 진전과 지원 제공을 연계하는 경향성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의로운 전환 논의에서는, △COP27에서 최초로 출범에 합의한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JTWP) 이행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이행수단(MOI, Means of Implementation) △일방적 무역 조치(unilateral trade measures) △제1차 GST(전 지구적 이행점검) 결과와의 연계 여부 등이 쟁점이 됐다.
당사국들은 공정하고 포용적인 전환 이행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개발할 것에 합의, 내년 6월 제64차 부속기구회의(SB64)에서 메커니즘 운영 절차 마련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가 간 격차 해소와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 만큼, 각국의 전환 이행 가속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지구적 이행점검 관련해선, 2023년 제1차 GST 이후 합의되지 못했던 핵심 후속조치에 대한 운영지침을 최종 합의했다. 당사국들은 GST 결과 이행을 위한 UAE 대화체를 2026~2027년 매년 6월 부속기구회의 기간 중 개최해 그 결과를 요약보고서로 작성해 제2차 GST 투입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2023년 12월 제1차 GST 경험을 보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투입자료의 역할 강화 및 기술평가 단계의 일정 조정에 합의했다. 제2차 GST를 위한 과정은 2026년 말 시작될 전망이다.
한편, 내년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는 유치 의사를 밝힌 호주와 튀르키예 간 협의를 통해 튀르키예가 개최국이자 COP31 의장국을 맡되, 의제 협상을 총괄하는 역할은 호주가 수행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사전 당사국총회(Pre-COP)는 태평양 도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또 2027년 제32차 총회는 에티오피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