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제주도는 제주 돌담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돌담 쌓기 종목은 '메쌓기 지식과 기술'이 있는데 제주도는 기존 '메쌓기 지식과 기술'에 '제주 돌담 쌓기'를 확장 등재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인데요.
2022년 석공들의 돌담 쌓는 기술에 대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던 단체가 바로 (사)제주돌담보전회입니다. 오늘은 (사)제주돌담보전회 조경근 이사장과 얘기 나눠봅니다. 이사장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제주 돌담 쌓기'의 가장 큰 문화·역사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경근> 돌담은 민초들의 고단한 삶이 녹아 있습니다. 그 삶이 역사적 산물이고 역사적 가치라고 봅니다. 돌담을 쌓은 이는 대부분 내 할머니, 내 아버지가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삶의 그 척박함을 이어가기 위해서 쌓은 것들입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문화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 돌담이 단순한 경계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경근> 저는 공동체의 상징이라는 것은 유네스코의 가치와 가장 부합하는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생활 속에 제주인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주 밭담은 농경 문화를 상징합니다. 원담은 제주의 어로 문화가 있습니다. 장담에는 제주의 목축문화가 있습니다. 또 장례 문화로 들에 풀어놓은 말이나 소가 묘를 훼손하지 못하게 쌓은 산담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문화들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문화 공동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입니다. 이것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의 공동체의 중요성, 살아있는 유산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장 주안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주 돌담쌓기에 대한 가치는 공동체를 상징하는 이런 것들이 대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박혜진> 올해 9월 '제주 돌담 쌓기'가 제주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지정까지 어떤 과정과 노력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경근> 2013년부터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라고 대표 되기 때문에 돌에 대해서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하가리를 대표적인 돌담 보존 지역으로 지정하는 노력도 했었지만 결국은 되지 않았습니다. 토지 값의 상승이라든가 또 지정되었을 경우 사유 재산의 행위 제한 등으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게 과연 제주도를 대표해야 되는데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2002년 석공들의 돌담 쌓는 기술을 등재해 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제가 임원회의에 제안했습니다. 모두들 괜찮겠다라는 의견 하에 실천적으로 우리가 자문 교수팀을 만들었고 자문위원팀을 만들었습니다.
자문교수단은 제주 유네스코의 가치를 아는 분들로 여섯 분을 모셨구요. 자문위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기능적으로 설명해 주실 무형문화재 선생님이나 명장 선생님을 팀으로 구성해 2013년도에 국내 학술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그때 문화재청 무형유산 과장이 와서 정확한 얘기를 했습니다. 제주도민 여러분 빨리 하십시오. 이렇게 좋은 콘텐츠가 나와 있는데 뭐 하십니까라고 직접 얘기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024년 국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세미나 이후에 공론화가 됐습니다.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재로 등재가 돼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제주도 무형유산에 늦었지만 등재가 된 겁니다.
◇박혜진> 이번 무형유산 지정에 이어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를 '단독'이 아닌 '확장 등재'방식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조경근> 실은 한국은 유네스코에 다등재 국가입니다. 너무 많이 등재해 있다 보니까 2년에 한 종목만 등재하게 돼 있습니다. 2028년에는 한지를 확정했습니다. 2030년에 등재 종목을 골라야 되는데 지금 국가유산청의 등재 목록으로 각 지자체에서 올라온 것만 200건이 넘습니다.
2년마다 한다고 순서를 기다린다고 하면 최소한 400년 후가 되겠죠. 그래서 실질적인 어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자문 교수단이 회의하면서 아이디어를 냈죠.
실제 무형의 유산이니까 무형유산으로 가보자, 기존에 등재된 나라들의 동의를 얻어서 확장 등재를 해도 똑같은 거니까 결국은 그런 식으로 확장 등재 방식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2010년에 등재된 매사냥도 두 번의 확장 등재를 거쳐서 지금 12개 나라가 등재돼 있습니다.
◇박혜진> 지난 9월 아일랜드 '돌의 축제(Feile na gCloch)'와 10월 오스트리아 크렘스 국제학술세미나에 참가하셨는데 현장 반응과 주요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조경근> 저희 회원들 8명이 다 자비로 오스트리아까지 가게 됐습니다. 오스트리아 크램스에서 했는데 거기에는 조경 학교와 돌 학교가 같이 있었습니다. 대단히 좋은 시설이었습니다. 저희가 유네스코 등재한다는 게 목적이 아니고 그분들과 교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돌만 가지고 만드는 콘텐츠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조경이 받쳐줘야 됩니다. 유럽은 이미 시행착오를 겪어서 학교가 공존하면서 그 학교가 그 부지를 매해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공원화시키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석공들이 왔다고 하니까 유럽분들이 저희들을 너무나 궁금해했는데 공동 작품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프랑스 친구들과 한 팀이 됐는데요. 저희가 제안한 돌하루방과 방사탑을 만들게 됐습니다. 비록 돌은 달랐지만 그 나라 돌로 방사탑을 한 2m 정도 만들고 돌하루방도 이틀 만에 직접 다 깎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그렇게 큰 국제 행사를 하는데 현수막 한 장 없습니다. 그저 행사를 하는 주최자와 석공들 뿐입니다. 지루한 의전과 행사없이 실질적인 돌 문화 축제를 해가는 그런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박혜진> 3차 확장 등재를 위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실 계획이신가요?
◆조경근> 사실은 등재되는 것은 제주도 이름이 없습니다. 그냥 한국의 메쌓기의 지식과 기술 그러면 우리는 이제 넓게 봐야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중요한 네트워크를 형성을 해야 됩니다. 몰타는 직접적으로 관심이 있다라고 하고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독일도 상당히 적극적이었습니다. 영국도 하겠다고 합니다. 2027년은 사이프러스에서 세미나를 하는 걸로 확정이 됐었고 2029년은 영국에서 열립니다.
여기서 최초로 공개합니다. 공식적으로 2031년 한국에서 S.P.S.(Society Scientifique Internationale Pour Ietude Pluridisciplire de la Pierre Seche-dryston) 국제메쌓기학회의 국제 세미나와 워크숍을 개최해 보겠느냐는 직접적인 제안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런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나라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6개 국가는 이미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벌써 메일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 한국에서도 국제 행사를 한번 해야 되지 않느냐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도 어떻게 추진해야 될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그분들과 공동의 아젠다를 만들어서 공동의 과제로 신청했을 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박혜진> 제주도는 2028년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돌담보전회는 2030년 목표를 제시하셨습니다. 그 이유와 현실적 과제는 무엇입니까?
◆조경근>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는 민간단체 활동입니다. 제주도가 신청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매뉴얼들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승과 계승은 어떻게 해야 된다. 학술적인 토대는 어떻게 해야 된다.
예를 들자면 저희가 제주연구원의 발주를 받아서 돌담 메쌓기에 대한 학술 보고서를 매해 내고 있습니다. 이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국가 유산 장인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들이 있습니다. 매해 한 20명씩 합격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겁니다. 저희 단체가 하는 일은 제주도가 신청서를 쓸 때 제주도도 이런 일을 하고 있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민간단체의 활동으로 이런 일들이 진행이 되는 것이고 저희가 주도적으로 이것을 등재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이것은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신청서를 제출해 가는 과정이고 저희는 민간단체 활동의 일환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혜진> 프랑스·오스트리아의 돌학교처럼 제주에서도 정식 직업교육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을까요?
◆조경근> 사실은 제가 모 대학에 석공학과를 개설하자고 제안도 했었고 또 교육청과 모 고등학교에 석공학과를 개설하자라는 제안도 드렸습니다. 그런데 공론화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하는 시점에 있어서는 이런 것들을 좀 더 구체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단체에서 국가유산수리기능자격증 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학교라는 이름으로 정식 학교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 학교에서는 12월까지 와 달라는 공식 요청도 받았습니다. 저희와 MOU를 해서 자기들의 노하우와 우리가 가진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자는 제안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석공학과 기술석공학교 이런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박혜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조경근> 제가 이번 오스트리아 방문에서 오스트리아 프레자흐성을 갔습니다. 여기는 18세기 성이 무너져 있는데 18세기 방식으로 성을 복원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전기도 없고 현대적인 공구가 없습니다. 18세기의 대장간에서 수레를 만들고 18세기 기준으로 마찰을 끌고 석공들은 정을 직접 벼려서 돌을 가공하고 가공된 돌을 가지고 그 옛날 방식으로 돌을 쌓아가는 문화재 복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양적인 복원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우리는 유네스코의 인류 무형 유산의 등재 가치를 찾아가면서 제주에서도 옛날 그 시대의 방식대로 느리지만 제대로 하다 보면 이것이 지금은 문화재가 아니지만 100년 후 200년 후엔 자연스럽게 국가유산이 되겠죠.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서 제주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는 진정한 문화유산을 남겨줄 수 있는 그런 시간들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