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설비 감축을 조건으로 한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안 마감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인 전남 여수국가산단에서도 기업 간 통폐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4일 여수산단 입주기업 등에 따르면 정부에 경쟁력 강화를 포함한 나프타 분해시설(NCC) 감축 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입주기업은 여천NCC, 롯데케미칼, LG화학, GS칼텍스 등 4곳이다.
이들 기업은 '선 자구 노력 후 정부 지원'을 핵심으로 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연말까지 사업 재편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감축량과 방법을 둘러싼 기업 간 합의가 주요 쟁점으로, 사업 재편 계획서 최종안을 정부에 제출하면 사업재편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친 뒤 승인 여부가 확정된다.
국내 3대 석유화학산단 중 가장 큰 규모의 여수산단은 전체 NCC 감축물량 370만t(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18~25%) 중 100만t 이상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산단에서는 정유사인 GS칼텍스를 중심으로 롯데케미칼과 LG화학, 여천NCC 간 물밑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이 원유를 다루는 정유사와 손을 잡으면 원재료인 나프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NCC 생산능력도 용이하게 조절할 수 있다.
다만, 다음달 첫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와 달리 여수의 경우 여러 가능성 중 손에 잡히는 결과는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LG화학이 GS칼텍스를 향해 여수NCC 2공장을 매각하고 합작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현실화된 내용은 없다.
기업의 자구노력 없이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구조 개편을 뒷받침하는 데 발 벗고 나선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갑)이 대표 발의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주요 기업 간 NCC 통폐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 법안은 정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등 기존 규제에 특례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결합 신고 심사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고, 설비 가동률 조정, 생산량 감축, 출하 시기 조정, 기반시설 공동 활용, 에너지·원료 공동 구매, 공동 R&D 등 공동행위도 공정거래위원회 동의를 거쳐 허용하도록 해 기업 간 구조조정의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산자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만큼 국회 본회의에서도 당연히 통과되겠지만 정부 주도의 구조 재편이 가능하도록 한 근거 조항이 위헌 소지를 이유로 법안 심사과정에서 빠져 아쉽다"며 "이번 법안이 신속히 시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석화산단의 소부장 특화 단지 지정과 RE100 지정 등 산업 재전환까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