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방침을 공식화한 가운데, 사법부에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 의견이 나오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전날 입법공청회에서 법원의 조직·예산·인사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새로 만드는 내용이 담긴 '사법행정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고법판사)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위헌 우려를 제기했다.
이 심의관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서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이 포함된다"며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이 정치적·외부적 간섭 없이 독립해 사법행정의 핵심적 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관의 인사는 재판 독립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법행정의 본질적 요소"라며 "비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위원회에 법관 인사에 대한 모든 권한이 집중되면, 인사를 통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관과 재판이 정치적 영향력에 노출돼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사법부 내부로부터 독립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법부 외부로부터 독립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행정처 폐지 이유로 제시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과 관련해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후 사법부는 관료적 문화와 폐쇄적 사법행정 구조를 개선하고 사법부 내부로부터 재판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8년이 지난 현재 그간 사법부의 노력과 결과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사법행정권 남용 우려로 법원행정처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를 폐지하는 법안은 국회에 제출했지만 결국 대안이 없었다"며 "(대법원은) '사법부 독립 측면에서 치명적 위험이 있다'는 반대의견을 제출했고 결국 국회에서 폐기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공개한 개혁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위원회 위원은 총 13인으로 비법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위원장의 경우 외부위원 추천으로 대법원장이 직접 임명하는 안과 대법원장이 위원장직을 맡는 안 두 가지가 제시됐다.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자문기구인 판사회의 심의·의결 대상에 '법원장 후보 선출'을 포함하는 안도 담겼다.
법원장 후보 선출의 경우에도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도입됐던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사법행정의 민주성을 강화한다는 취지 등으로 추진했지만 '인기 투표', '눈치 보기' 심화 등으로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뒤 법관 투표를 폐지하고 전국 단위로 후보군을 추천받아 법원장을 보임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사법부는 사법제도 개편에 대해 공론의 장을 열 예정이다. 대법원은 다음달 9일부터 11일까지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를 개최한다. △우리 재판의 현황과 문제점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국민의 사법참여 확대-노동법원 설치와 국민참여재판 확대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형사사법제도 개선 △상고제도 개편 방안 △대법원 증원안에 대한 논의 등을 주제로 학계와 언론,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