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제 시상식 기념 무대에서 화사(본명 안혜진)와 함께 멋진 무대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박정민(38)이 8년 만에 공연 무대에 복귀한다.
박정민은 12월 2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소년 파이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화물선 사고로 인해 태평양을 표류하게 된 소년 파이가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벵골 호랑이와 함께 227일동안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캐나다 작가 얀 마텔에게 맨부커상을 안긴 베스트셀러 소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원작 소설은 2012년 이안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미국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내 제작을 맡은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26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정민 배우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몰입감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 대표는 파이 역을 맡은 박정민과 박강현에 대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 토니 인터내셔널 연출도 "오디션 과정에서 장난스러우면서도 잘 놀 줄 알고 상상력이 뛰어난 배우를 찾는다"며 "박정민과 박강현이 본인의 성격을 이 작품 안에 담아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을 만들어냈다"고 추켜세웠다.
박정민은 벵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의 캐릭터 이미지에서도 태평양 한가운데 작은 보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눈빛과 표정만으로 완벽히 압축해 냈다. 입을 벌리고 마주 선 모습에선 박정민 특유의 재치있고 익살맞은 표정이 잘 나타나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라이선스(외국에서 창작된 작품 판권을 수입해 제작) 형태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대표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아갔는데 살아 움직이는 리처드 파커와 눈을 마주쳤을 때 (국내 제작을) 결정했다"며 "이 작품이 가진 철학적 메시지가 한국어로, 한국 배우를 통해 전달되는 게 공감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크게 벌어지는 입과 움직이는 꼬리와 귀, 그르렁거리는 야생동물 특유의 거친 숨소리.
이날 공개된, 세 명의 퍼펫티어(puppeteer·인형을 부리는 배우들)가 구현한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도 눈길을 끌었다.
15kg이나 되는 거대한 호랑이 인형과 함께 머리, 가슴, 꼬리를 각각 맡은 배우들은 한 몸처럼 움직이며 한 마리의 호랑이를 연기했다.
호랑이가 으르렁하며 갑자기 책상 위로 올라서자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케이트 로우셀 퍼펫 디렉터는 "세 명의 퍼펫티어들이 살아 숨쉬듯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니 연출은 "퍼펫티어를 (동물 모형 안에) 숨기지 않고 노출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면 어느 순간 그들이 보이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2022년 영국의 권위 있는 공연계 시상식인 로런스 올리비에 상에서 퍼펫티어들이 남우조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고 조명 디자인상과 무대 디자인상을 받아 무대 연출도 인정받았다.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도 차지하며 모두 5개 부문을 휩쓸었다.
파이의 '아버지' 역에는 서현철·황만익, 엄마 역은 주아·송인성 등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찾아낸 27명의 배우와 퍼펫티어가 출연한다. 퍼펫티어는 박재춘, 김시영, 강은나, 임원, 이지용, 최은별, 임우영, 강장군, 김예진 9명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