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든든한 가장, 친구 같은 아빠"…쿠팡기사 아내의 마지막 기억

故 오승용 씨 아내 인터뷰…"장애 아이·생계 위해 쿠팡 배송"
"피곤해도 쪽잠 자고 아이들과 놀아줘…아내에게도 다정"
"사과 없는 쿠팡…제2의 승용이 생겨선 안돼"

쿠팡 새벽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오승용 씨와 가족들이 놀이공원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승용 씨 아내 제공

"아이들이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어요."

지난 26일 제주시 모처에서 만난 고(故) 오승용(33) 씨의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다 결국 오열했다. 성실한 소시민이자 든든한 가장, 친구 같은 아빠였던 오 씨는 쿠팡 새벽배송을 하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가족 곁을 떠났다.

"책임감 강하고 가족에 최우선"


승용 씨 아내는 남편이 책임감 강하고 가족을 최우선에 두던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아내는 "두 아이가 원하는 건 다 해주려고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고 쉬는 날이면 피곤해도 일찍 일어나 아이들과 바닷가 산책이라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퇴근 후 아침을 먹고 바로 잠들 정도로 힘들어 보였지만 유치원 행사나 상담도 빠지지 않으려 했다. 다정한 남편이었다"고 했다.

쿠팡 새벽배송을 하게 된 것도 가족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승용 씨는 사고 직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새벽배송을 해왔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에도 하루만 쉬고 다시 야간근무에 투입됐다.

아내는 "마트 영업사원, 택배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작년 9월 트럭을 사고 쿠팡 배송을 시작했다. 첫째가 지적장애 중증 판정을 받았는데 치료비 등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했다"며 "몸은 힘들어도 아이들 원하는 건 다 해줄 수 있다고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승용 씨와 아이들이 놀이공원에서 새 모이주기 체험을 하고 있다. 아내 제공

승용 씨 누나는 "귀가할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사오곤 했다. 아이들과 여행 다니고 사진 찍는 걸 좋아했는데 시간이 안 된다며 아쉬워했다"며 "사고 이후 동생 집에 가면 아이들이 '아빠 왔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주변 사람들한테도 친절했다. 경조사에 빠지지 않았다"며 "장례식장에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서로 관을 들어주겠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승용이를 잊지 말아달라"

아내는 남편의 죽음이 묻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내는 "승용이의 성실했던 삶과 억울한 죽음이 묻혀선 안 된다. 절대 발생하면 안 됐던 일"이라며 "최고의 아빠였고 성실한 가장이었다"고 했다.

누나는 "제2의 승용이가 나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쿠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남겨진 사람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제주시 모처에서 만난 승용 씨 아내(왼쪽)와 누나(오른쪽). 이창준 기자

쿠팡과 대리점 측의 무책임한 대응도 지적했다.

누나는 "쿠팡은 아직도 사과가 없다. 대리점은 되려 승용이가 동료들과 음주를 했다고 자료를 냈는데 아버지 장례식 직후라 누굴 만날 시간이 없었다"며 "승용이 죽음에 대해 꼭 사과했으면 한다. 뭐가 어려운가"라고 비판했다.

아내는 "장례식 이후 대리점이 한 번 연락하고 끝이다. 서류정리 할 게 많아 명세서가 필요한데 그 연락조차도 답이 없다"며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한편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쿠팡 배송기사 오승용 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다. 그는 지난 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당시 1차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물건을 싣기 위해 물류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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