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5분 지연 속 지옥과 천국 넘나든 사람들[기자수첩]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지난 26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관리위원회를 마친 뒤 발사시각 등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모습. 항우연 제공

27일 0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 누리호 4차 발사를 15여분 가량 남긴 상황에서 기자들과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임직원들은 숨죽이며 발사 카운트다운이 10분을 향하는 것을 지켜봤다.

누리호는 발사 카운트 10분부터는 완전 자동화로 넘어가 사람의 손을 떠나게 된다. 10분이 지난다는 말은 발사가 된다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아! 안돼!"

적막을 깬 건 현장에 있던 한 직원의 탄식이었다.

'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발사 시각을 01시 13분으로 변경함'

기자단에게 일제히 알람이 울렸고 순조롭게 발사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분위기는 한 순간에 깨졌다.

지금까지 누리호의 발사는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해 지연된 바 있다. 3차 발사에서는 제어 컴퓨터에 문제가 발생해 발사 2시간 전 하루 뒤로 미뤄진 바 있다.

지난 26일 8시 15분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

앞서 발사시간 확정 브리핑에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기상상황이 화창하고 바람도 잔잔해 발사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다"며 "27일 발사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연된 시간은 8분에 불과했지만 기자석에서는 "역시 문제가 발생하는구나"부터 "설마 내일까지도 연기되려나" 등의 우려가 우후죽순 나오기 시작했다.

떨어져 내리는 낙엽도 조심하라고 했던가. 누리호의 37만 개의 부품에서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미션은 실패로 직결된다. 공든탑이 무너지는 것처럼 한 가지의 문제가 10가지, 100가지의 문제로 번지는 모습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자단의 뒤에 있던 관계자들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무슨 일이야. 이유가 뭐야", "큰일은 아닌 것 같다" 등의 이야기가 오가며 이리저리 뛰어가는 직원의 모습도 보였다.

누리호 동체에 연결된 암에서 연료 주입이 진행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RI TV' 유튜브 영상 캡처

당시 발사당국은 '엄빌리칼 회수 압력 센서에 이상이 감지돼 지연됐다'고 알렸다. 하지만 기자들은 "엄빌리… 뭐라고?"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유를 들어도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됐다.

이후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박종찬 항우연 고도화사업단장은 "누리호가 리프트오프(발사)하는 과정에서 연료를 주입하는 암(arm)을 뒤로 밀어주는 압력이 필요한데, 4개의 암 중 1개의 압력 센서에서 이상이 발견돼 확인이 필요했다"며 "최대 발사 가능 시간인 1시 14분까지 남은 시간 중 13분으로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불안이 점점 커질 무렵 발사당국은 문제해결과 함께 누리호의 발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전해 우려를 잠식시켰다.

카운트다운이 10분을 넘어서자 자동발사 단계로 돌입했다는 안내가 울려퍼졌고 이내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직원들은 카운트가 0에 가까워지자 누리호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 프레스룸을 나가 직관하려는 사람과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기도하는 직원, 발사가 진행되는 순간의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하며 바라보는 직원 등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줄어드는 시간과 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를 지켜봤다.

27일 1시 13분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에서 이륙하는 모습. 항우연 제공

"5…4…3…2…1…엔진 점화!"

로켓이 날아오를때의 소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공기가 찢어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그 충격은 엄청나다.

누리호가 날아오르기 시작할때, 프레스룸 주변에 주차된 차량과 ATM기기는 충격으로 도난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누리호의 1단 엔진 4개가 불을 뿜으며 동체를 고도 65.7㎞ 때 쯤 기자들과 직원들은 중계화면을 바라보면서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번에 성공하자."

많은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이 집중된 누리호의 4차 발사는 우리나라가 우주 궤도의 정확한 곳에 탑재체를 정확히 안착시킬 수 있는지 측정하는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상황이었다.

첫 민간 주도로 제작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2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항우연 제공

누리호 동체의 1단이 성공적으로 분리되고 페어링 분리와 2단 분리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현장의 우려와 기대는 환희로 변했다.

누리호는 지난 3차 발사때 550㎞에 도달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50㎞ 더 높이 올라가야 하기에 600㎞ 도달 미션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미션컨트롤 센터에서 누리호의 '400㎞ 도달'에 이어 '500㎞ 도달' 소식이 이어졌고 마침내 '목표 고도인 600㎞에 도달'했다는 알람이 나오자 일부 직원들은 "좋았어!"라며 환호성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어 "되겠다. 성공하겠다" 등의 말이 나왔고 "위성만 잘 분리되면 된다"라며 기대감이 고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누리호에 탑재된 카메라 영상 캡처

누리호의 위성 사출은 오래걸리지 않았다. 주 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먼저 사출됐고 이어 큐브위성 12기가 차례대로 사출됐다. 3차 발사에서는 큐브위성 1기가 사출되지 않아 미완의 성공이라는 말이 있었고 직원들은 긴장하며 큐브위성 사출 현황을 숨죽여 기다렸다. 총 12기의 위성 모두가 사출 확인 됐다는 멘트와 누리호 4차 발사 상황 종료 안내 방송이 나오자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자축했다.

현장은 발사 전 실패 우려 분위기에서 단숨에 성공의 환희로 축제분위기가 됐다. 기자들과 직원들 모두 웃으며 이야기를 했고 앞으로의 발사는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2시 40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열린 누리호 4차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항우연 제공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정부와 민간·국가연구소가 하나의 팀이 되어 수행한 최초의 민관 공동 발사로서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생태계가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첫 민간 주도로 제작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2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에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미소를 지었다. 항우연 제공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누리호 개발의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누리호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량을 더욱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으로 앞으로의 우주 발사체 개발에는 청신호가 켜져 고속 질주할 것으로 보인다. 그 여정을 함께 할 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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