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속 공항장애를 겪는 김낙수(류승룡)에 대해 이경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실제 환자들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이경준 전문의는 2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부장님 나이대까지 성취 지향적으로 살아온 분들이 어느 시점이 되면 '상실'을 겪게된다"며 "퇴사를 한다든지,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든지 이런 상실이 누적되면서 그동안 외면해온 감정들이 한 번에 밀려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부장님들이 (병원에) 오시면 있는 그대로 얘기하지 않는다"며 "마음이 힘들고 아프고 고통받은 상태인데 '아프다는 것'과 '아프면 안 된다는 것'이 혼재돼 있다. 공황 증상이나 불안 증세가 오면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겪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물어보면 본인은 '전혀 우울하지 않다'고 하는데 제게는 '나는 우울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들린다"며 "우울증을 인정하는 순간 인생이 실패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본인이 겪는 실제 고통보다 많이 줄여서 이야기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의의 말에 조세호는 공감하며 "저도 정신과에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며 "처음에 병원가기 두려웠다. 저도 일을 하다 보니 머리 아픈게 있는데 그래도 병원을 통해 더 괜찮아지고 건강하게 지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 전문의는 "부장님들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본인을 위한 선택'을 해봐야 한다"며 "누구나 무의식 안에 세상을 대하는 '틀(스키마)'이 있는데 김 부장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의 틀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었을 거 같다. 틀이 깨지는 게 두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키마가 고통을 주기 때문에 이걸 부숴야 하는 시기가 온다"며 "평소에 못 봤던 것을 보고, 안 해봤던 것도 해보면서 새로운 자극에 벽을 두지 말고 끊임없이 판단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성인 ADHD 특징에 대한 설명도 이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한 중년 남성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내용으로, '중년판 미생'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