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퇴출→석탄 퇴출…낮아지는 목표, 기울어지는 균형추[기후로운 경제생활]

브라질 벨렝 COP30서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마련 실패
美·中 소극적인 사이 파고든 러·사우디 등 산유국 강한 반대
IEA도 석유·가스 퇴출 시점 조정…2030년 정점→2050년까지 증가
탈석탄 기조는 명확…한국도 탈석탄동맹 가입·2040 퇴출 목표
튀르키예 COP31·에티오피아 COP32 과제…탈석유·가스 로드맵
무역의 역할, 각국 기후 노력 이끌 매개로 등장 '주목'


◆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화석연료 퇴출에서 석탄 퇴출로 기울어지는 균형추. 기후 변화 대응은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죠. 그래서 매년 이맘때쯤 전 세계 약 198개국 정상들이 모여서 기후변화 대응을 어떻게 할지, 누가 얼마만큼 줄일지 얘기하면서 서로 적게 줄이려고 옥신각신 싸움도 하는 회의가 열립니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30)가 올해로 30차를 맞았죠. 지난 주말 폐막했어요. 이번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간단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 홍종호> 네, 올해는 브라질의 아마존강 하구에 있는 도시 벨렝(Belem)에서 열렸습니다. 소개해 주시죠.

◇ 최서윤> 네, 우선 이번 회의 폐막 직후에 국내외 언론이 보도한 제목이 있습니다. 바로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마련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파리협정 목표, 그러니까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 이걸 지키기 위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NDC도 떠들썩하게 발표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상당히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필요합니다. 물론 각국 내에서 시행 계획도 짜지만, 국제적으로 '이건 하자'고 하는 것도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나온 게 바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말입니다. 영어로 'Transitiong away from fossil fuels(TAFF)'라고 '전환'한다는 말을 썼어요. 전환이라는 말이 좀 이상한데, 이건 뒤에서 좀 더 풀어드리겠지만 2년 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때 처음 합의된 겁니다. 그래서 이걸 UAE 컨센서스라고도 부르는데요. 이때 석탄 화력 발전의 단계적 축소(Phase down)까지 합의문에 언급됐었어요. 당시에는 여기까지 합의된 걸로도 상당한 진전이었는데 시간이 더 지났잖아요. 올해는 파리협정 10주년이기도 해서, 합의가 진전을 보려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같은 이상한 표현을 쓰는 게 아니라 아예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phase-out)이라는 표현까지 들어가야 했어요. 또 퇴출하려는 화석연료가 뭔지, 오일인지 가스인지, 석탄인지와 더불어, 각각의 연료를 언제까지 퇴출할 것인지, 시점 같은 걸 구체화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못한 거예요.

CBS 경제연구실 캡처

◇ 최서윤> 의장국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본격적인 협상 일정 전에 시작한 정상회의에서부터 그 선언을 이번 벨렝 합의문, 즉 무치랑 합의문에 담으려는 의지를 적극 표명했어요. 그런데 산유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그나마 모호하게나마 있었던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문구 자체가 빠져버렸습니다. 이번 회의가 브라질 현지 시각으로 21일 금요일에 폐막할 예정이었는데요. 막판 협상이 50시간 넘게, 늦은 밤까지 이루어졌대요. 하루 넘겨서 브라질 시각으로 22일 토요일 밤 9시, 우리나라와 24시간 차이가 나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일요일 아침 9시에 폐막했습니다. 긴 논의를 해서 그 끝에 뭐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겁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이번 회의에 대해서 지난 30년간 열린 회의 중에서 이견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회의 중 하나로 기록될 거라면서 비판했어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합의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현실 확인의 자리였다는 겁니다. 이건 혹평이죠.

◆ 홍종호> 그런 식의 평가가 저는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당사국 총회에서 석탄 화력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이라는 표현까지 나왔거든요. 그 당시에 'out'이라고 쓰면서 석탄 화력을 퇴출하려다가 중국과 인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서 결국 단계적 감축(Phase down)이라는 표현까지 간 겁니다. 그때 글래스고 합의부터 해서 지난 4년 동안 진전이 있었나 하면, 이번 결과를 봐서는 그렇게 말하기 힘들다, 라고 박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최서윤> 매년 이 회의가 끝나면 항상 비판 보도가 이어지는 게 아쉽습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시작하기 전부터 김이 샜어요. 일단 협상 일정에 앞서 개최된 정상회의에 198개국에서 60명 정도 참석했어요. 프랑스, 영국 등의 정상들이 왔는데, 당사국 중에 3분의 1의 정상도 참석을 안 한 거예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안 왔잖아요. 미국은 아례 협상 일정에 대표단도 안 보냈어요. 그냥 보이콧을 해버린 거죠. 그리고 중국은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긴 했는데 시진핑 주석은 물론 오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 미국이랑 중국이잖아요. 결국에는 이 두 나라 모두 이득을 얻은 거다, 이런 평가도 나오고 있고요. G2 리더십이 부재한 사이를 파고들어서 평소에는 가만히 있던 대표적인 산유국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랑 같이 이번에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추진을 앞장서서 막은 걸로 전해집니다.

◆ 홍종호> 러시아가 오일 매장량이 많은 국가이기도 하죠.

◇ 최서윤> 맞습니다. 그리고 의장국인 브라질 룰라 대통령도 목소리를 내기 좀 어색했던 게, 이번 회의 딱 한 달 전인 10월에 브라질 정유사 페트로브라스의 아마존강 하구 인근에서의 석유 탐사 시추를 승인해 버린 거예요. 워낙 이게 지탄을 받다 보니까, 이번에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 했을 때 이게 그냥 체면치레고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이 나왔던 거죠. 그래서 호소력을 얻지 못하다 보니까 회의가 흐지부지 됐어요.

CBS 경제연구실 캡처

◇ 최서윤> 이번에 그나마 성과라고 꼽히는 거 하나는, 탈화석연료 전환을 이번 합의문에 넣으려고 산유국에 맞서서 주장한 나라들이 약 80개국이었대요. 그런데 여기에 영국이나 유럽연합 같은 곳뿐 아니라 콜롬비아 같은 나라에서도 목소리를 많이 냈어요. 그래서 기후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어떤 평가를 했냐면, "라틴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태평양 도서국까지 북반구, 남반구 간 분열을 넘어서 탈화석연료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등장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했어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말을 썼는데, 결국 에너지 전환입니다. 에너지 전환 문제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정책인데, 이게 글로벌 화두라는 거예요.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 홍종호> 에너지 전환이 글로벌 화두인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늘 문제는 총론은 다 좋다고 하지만 각론 가면 합의가 안 된다는 거예요.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인 거죠. 탈화석연료, 탈원유, 탈가스, 탈석탄을 어느 시점에 할 것인지가 다 다르지 않습니까? 또 방법을 어떻게 할 거냐, 여기에 대해 치열한 대립과 눈치 싸움이 있는 거죠.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각각에 대한 퇴출 시점이 다른 것에 관해 얘기 좀 해 주세요.

◇ 최서윤> 네, 일단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화석연료로 통칭했다는 것부터가 너무 부족한 겁니다. 이거 제대로 하려면 분리해서 퇴출 로드맵이 나와야 해요. 그런데 가뜩이나 김새는 이번 회의가 개막하고 2~3일 만에 나온 보고서가 있어요. IEA, 국제에너지기구가 매년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거든요. 개막하고 얼마 안 돼서 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올해 되게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화석연료 사용량이 정점을 찍는 시점이 달라진 거예요. IEA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줄곧 모든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쯤 정점에 도달할 거라고 전망해 왔어요. 2022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면서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유럽에서 되게 커졌잖아요. 그래서 생각보다 화석연료 퇴출 시점이 엄청나게 빨라질 거라고 전망된 거예요. 이게 2024년까지 3년 동안 변함이 없었는데, 올해 보고서에서 일부 국가의 약속이 흐려졌다면서 퇴출 시점을 조정한 겁니다.

미래를 단정할 수는 없으니까 여러 가지 길을 열어두죠.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어요. 일단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넷제로 시나리오가 있죠. 그다음에, 기존에 발표했던 정책 시나리오가 있고요. 이번에 일부 국가의 약속이 흐려졌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현재의 정책 시나리오, 이렇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분석했습니다. 일단 가장 회의적인 게 바로 현재 정책 시나리오입니다. 기존에 발표한 정책 시나리오를 보면 2030년 정점이 맞아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미국 같은 대표적인 다배출 국가, 주요 국가의 정책 기조가 변화하면서 그 정책들을 반영하면 전망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 홍종호> 현재 정책 시나리오라고 읽지만, 실제로는 미국 정책 시나리오가 반영된 거네요.

CBS 경제연구실 캡처

◇ 최서윤> 그런 것 같아요. 트럼프를 겨냥했다고 보이고요. 그래픽 지금 함께 보시죠. 이게 IEA 보고서 중에 캡처한 화면인데, 왼쪽이 석탄, 그다음에 석유, 그다음에 천연가스 이렇게 나와 있잖아요. 현재 정책 시나리오는 빨간색 실선이거든요. 이 빨간색 시나리오를 보시면 2050년까지 석유와 가스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석유와 천연가스 두 가지에서 빨간색 실선이 계속 올라가는 거 보이시죠? 석유 수요가 2050년까지 지금 수준보다 11% 늘고 가스 수요는 무려 31% 늘 거라고 말했어요. 그래프에서 파란색 실선 보이죠? 제일 밑에 있는 이게 기존에 발표했던 정책 시나리오입니다. 기존 정책대로면 모든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에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거였는데 변화가 생겼다는 겁니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인도나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정체됐다는 걸 꼽았는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변하면서 이렇게 됐다는 게 말할 수 없는 진실이죠.

◆ 홍종호> 이런 국제기구들이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잖아요. IEA라는 국제에너지기구가 상당 정도의 재원을 미국 지원에 의존합니다. 아무래도 미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미국이 지금 워낙 강경하게 기존 화석연료의 중흥을 정부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보니 그런 것이 반영된 시나리오인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나고 나면 IEA가 또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시나리오를 제시할지가 상당히 궁금하긴 하네요.

◇ 최서윤> 그때 가서 현재의 정책 시나리오가 바뀌겠네요.

◆ 홍종호> 다시 한번 얘기해 봅시다.

◇ 최서윤> 그래프에서 눈여겨보실 게 하나 있어요. 맨 왼쪽 그래프 보시면 석탄이에요. 빨간색 실선과 파란색 실선 모두 석탄은 똑같이 움직이고 있어요. 석탄 수요는 이미 정점이 가까워졌다는 겁니다. 두 개 모두 정점을 찍고 급격하게 내려오는 구조적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죠. 그래서 IEA가 최근 몇 년간 두 가지 중요한 추세가 관측됐다고 했습니다. 첫째로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증가하고, 둘째로 중국이 석탄 중심의 개발 모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석탄 수요는 어떤 시나리오에서 봐도 지속적으로 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 수요 같은 경우에는 획기적으로 늘어서 2050년이 되면 지금의 거의 3배가 될 거라고 예측했거든요. 석유, 가스 퇴출이 늦어지는 가장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도 재생에너지가 3배쯤 늘 거라는 전망은 유효합니다.

CBS 경제연구실 캡처

◇ 최서윤> 정리를 좀 하면,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논의를 보든 에너지기구의 전망을 보든 간에, 글로벌 에너지 전환 추세는 시작됐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탈석탄만큼은 구조적인 추세가 됐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남은 문제는 석유랑 가스의 퇴출 시점인데요. 이거는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이 얼마나 더 발전하고, 전기차를 포함해서 우리가 사는 일상이 얼마나 많이 화석연료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쪽으로 변화될 것이냐, 여기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홍종호> 아주 정확한 지적이에요. 통계상으로는 2024년, 작년에 글로벌 석탄 사용량이 88억 톤으로 역사상 최대였습니다. 아마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들어서 증가 추세는 많이 완화될 거라는 전망이 있어요. 어쨌든 3개의 화석연료 중에 석탄 사용량은 제일 먼저 정점을 찍지 않겠나 하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거죠.

◇ 최서윤> 하나는 확실히 탈출한다는 거죠. 다시 브라질 회의로 돌아가 보면요. 브라질이 역할을 못 했다는 책임론이 있잖아요. 그래서 남은 의장국 임기 동안 논의하려고 했던 산림 파괴 중단과 회복 로드맵이라는 게 있는데요. 이것과 못다 한 탈화석연료 로드맵을 진전시켜서 내년 회의 때 보고 하기로 했습니다. 이밖에 또 하나는, 기후 위기에 취약한 국가들의 홍수나 가뭄, 폭염 피해를 줄이고 그들이 기후위기에 적응하도록 돕는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지금 수준의 3배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합의문에 사상 처음으로 무역을 명시한 점이 중요한 특징으로 꼽힙니다. 기후 정책이랑 무역 간의 연계를 고려한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예요. 예컨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탄소국경세 같은 거죠. 이런 조치 같은 걸 생각할 수 있을 거고요. 무역 관련 대화는 내년 회의부터 본격화하는데, 내년 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은 튀르키예내후년에는 에티오피아가 맡습니다.

◆ 홍종호> 네, 저는 기후를 무역과 연계시킨 이 포인트 상당히 주목하고 싶어요.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건 내가 시장에서 승자가 되느냐 패자가 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것을 무역과 연계해서 탄소 배출을 매개로 규제를 가할 수 있는 조건들이 계속 만들어진다면, 지금보다 좀 더 가시적인 탄소 감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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