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이 12·3 불법 비상계엄 1년을 나흘 앞두고 "계엄은 불법이었다. 그 계엄의 불법을 방치한 게 바로 우리 국민의힘"이라며 "우리는 반성해야 된다"고 말했다.
'장동혁 지도부' 중 공식석상에서 '계엄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양 최고위원이 처음이다. 같은 집회에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강조한 김민수 최고위원과는 대조적인 목소리를 낸 셈이다.
양 최고위원은 29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대전 국민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한 참석자를 향해 "'계엄은 정당했다'고 팻말을 들고 있는데, 무슨 계엄이 정당했나"라고 되물으며 이같이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연설 초반부터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일부 참가자들에게 "조금 조용히 해주시기 바란다. 우리는 극단적 언어와 혐오적 발언을 저렇게 공공장소에서 하는 행위를 '극우'라고 한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최고위원은 호남 출신에 과거 더불어민주당에 몸담았던 이력, 이른바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라는 점 등으로 인해 당내 비주류로 꼽힌다. 앞선 전당대회에서 장동혁 대표의 주된 지지층이었던 강성 당원들과는 결이 다소 다르다는 얘기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연설 도중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언급하다가, '윤 전 대통령이 APEC 성공의 주축'이라는 지지자의 외침이 나오자 이를 곧바로 정정하기도 했다. 그는 "미안하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께서 R&D(연구·개발) 예산을 30%로 깎았던 것은 우리 국민들이 너무 가슴 아파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계엄 반성' 발언 직후, 강성 지지자들이 고함을 지르며 커피를 던지거나, 태극기를 흔들며 거세게 항의하자 "이런 모습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우리 국민의힘에 신뢰를 안 주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양 최고위원은 "저는 이 자리에서 죽어도 좋다. 제 말이 틀리다면 여러분들의 돌팔매를 당당히 맞겠다"며 맞섰다. 또 "다시 한 번 생각해야 된다. 우리 국민의힘,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나"라며 "이 혼란의 자리가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소리 지른다고 (정부·여당을) 이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정책 정당'으로서 국민 지지를 얻는 것이 곧 "잘 싸우는 길"이라고도 했다.
반면, 대표적 반탄(탄핵 반대)파인 김민수 최고위원은 전날 대구 집회에 이어 이날도 당정을 겨눈 '투쟁'을 강조했다.
양 최고위원 순서 직전에 마이크를 잡은 그는 "내려와야 할 것은 이재명, 정청래, 추미애 아닌가"라며 "내려와야 할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면 계몽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만 싸우셔서는 절대 안 된다. 이 순간부터 '내가 불편한 곳'으로 나가달라"며 "이 싸움은 여론을 뒤집어야 우리가 이긴다. 저 김민수는 이 전쟁이 자유대한민국의 승리,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