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진행 중인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협상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의 새 선거 일정을 비롯해 최대 쟁점인 영토 양보,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안전보장 확약 등의 사안에서 뚜렷한 진전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대표단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협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새 선거 일정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4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으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대통령 선거 등을 의미하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취와도 직결된 변수여서 주목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해 2024년 5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전쟁으로 대선이 지연되면서 계속 집권하고 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만큼 협상 파트너로서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새 선거 일정을 언급한 배경에는 젤렌스키 정권이 부패 의혹 등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상황이 있는 만큼, 그의 거취 문제까지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이날 협의에서 영토 교환 문제도 논의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전체를 내주면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도네츠크주의 일부를 점령한 채 러시아의 진격을 저지하고 있어, 교환 방식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영토 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WSJ은 또한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문제가 협상의 또 다른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이후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안전보장을 확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토(NATO) 가입이나 유럽 안전보장군 파병 등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같은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트럼프 행정부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회의적이어서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종전안은 당초 28개 항이었으나, 돈바스 포기와 나토 비가입 헌법 명기 등 러시아의 요구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논란 속에 19개 항으로 축소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CNN은 이날 협의에서 모든 쟁점이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회담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며,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는 협의 결과를 토대로 2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추가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