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은 뒤 사망한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사건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강압 수사와 진술 강요 정황이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권위는 담당 수사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규정 위반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특검팀 자체 감찰 조사와 사뭇 다른 결론이 나온 것을 두고 특검 안팎에서 여러 뒷말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1일 82쪽 분량의 '양평군 단월면장 인권침해사건 직권조사 결과 보고서'를 의결하며 특검 수사 과정에서 강압적 언행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양평군청 5급 공무원 A씨는 지난 10월 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뒤 15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를 받고 이튿날인 3일 새벽 1시가 넘어 귀가했다. A씨는 그날 새벽 "계속되는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다", "세상을 등지고 싶다"라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썼다. 8일 뒤 10월 10일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 측은 A씨 자필 메모를 공개하며 특검의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특검은 강압 수사 의혹에 대해 지난 10월 17일 자체 감찰에 착수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인권위는 조사 과정에서 A씨의 유서와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지인과의 대화 기록, 다른 피조사자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A씨 유서에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혼란한 상태에서 계속 물어보니 나도 모르게 혐의를 인정했다", "내가 참 바보같다" 등 심리적 압박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권위는 A씨 조사에 참여한 경찰관 4명 모두 강압 수사에 가담했다고 봤다. 1명은 검찰에 고발하고 3명은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또 4명 모두에 대해 경찰청장에게 징계를 요청했다.
이보다 나흘 앞서 발표된 특검의 자체 감찰 결과는 인권위 결론과 달랐다. 한 달 넘게 심야 조사 제한, 강압적 언행 여부 등 6개 항목에 대해 조사를 벌인 특검은 "강압적 언행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는 규정 위반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압적 언행에 대해서도 규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사에 참여한 경찰관 3명에 대해 파견 해제 요청을 했지만 인권위와 같은 고발이나 수사의뢰 조치는 없었다. A씨 메모 속 '진술 강요'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내용은 허위 공문서 작성 관련 부분이나 감찰 결과 위반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감찰 결과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은 자체 감찰에 법률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법상 내부 감찰 조직이나 권한을 두고 있지 않아, 파견 해제 조치 외에 별다른 징계가 불가능했다는 취지다. 특검의 자체 감찰 결과를 다른 기관에 이첩하는 절차 규정 역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다만 특검의 직무 범위와 권한을 규정하는 특검법 제6조를 보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군사법원법, 공수처설치법에 나오는 △검찰청 검사 △군검사 △공수처 검사 권한 관련 규정을 특별검사가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법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및 수사권 남용 행위에 대한 징계 요구 등 권한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제197조의 3항을 특검이 준용할 경우 감찰 권한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6개 항목 중 5개 항목에서 위반 사항이 없다는 특검의 감찰 결론은 우리 조사 결과와도 동일하다"라면서도 "다만 특검에서 규정 위반으로 단정짓지 못한 '강압적 언행' 부분을 우리가 확인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민중기 특검팀에 향후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인권 수사 규정을 준수하고 피조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두텁게 보호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