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다시 꺼내고 '비핵화' 표현 피한 李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연설에서 전쟁 종식, 즉 '종전'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종전'을 두 가지 맥락에서 언급했다. 국내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전쟁 종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먼저 "끝나지 않는 전쟁 상황과 분단 체제는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며, "일부 정치세력이 분단을 빌미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국내 정치상황을 왜곡했으며, 급기야 계엄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시도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쟁 종식과 분단극복, 온전한 평화 정착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분단체제가 여전히 국내 정치 상황을 왜곡하는 문제 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아울러 한미의 다양한 유화 메시지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향해서도 이 대통령은 '종전'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무려 72년이 지났지만 한반도는 잠시 전쟁을 멈춘 것일 뿐 아직 평화는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며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바 있다"면서 "이런 인식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미공조를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키는 문제, 즉 종전선언의 추진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합의에 포함된 내용으로 이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북미 간에도 공감대를 이룬 사안이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에 북한이 '적대시 정책 및 이중 기준을 철회를 먼저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이 대통령이 과거 동력을 상실한 종전선언 문제를 이번에 다시 제기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종전의 선언이 형식적으로 절차적으로 필요하고, 또 이를 명분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은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등 다자의 논의가 필요한 만큼 향후 미국과 중국과의 협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을 시종 '북측'이라고 호칭했고, 북한이 강하게 거부하는 '비핵화'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핵 없는 한반도'는 '북한 비핵화'보다는 대화의 여지가 보다 열려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통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이달 중순 당 중앙전원회의와 내년 2월 9차 당 대회에서 대남대미 강경노선을 밝힐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이 보다 유연한 대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가 미국과 중국, 북한인만큼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핵문제 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이라며 "이 대통령이 종전을 제기한 것은 전략적 접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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