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가로막혔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이정재 부장판사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추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3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헌법수호의 책무를 망각한 채 소속 의원들의 비상소집 장소를 3번이나 바꾸어 공지해 혼선을 야기하고 이 과정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영장이 기각된 것은 내란청산과 헌정질서 회복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무시한 처사로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은 기각 사유로 "혐의와 법리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는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소집장소를 잇따라 변경했고, 특히 특검수사를 통해서는 한덕수 전 총리,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계엄을 늦게 알려줘서 미안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추 전 원내대표는 통화 직후 소집장소를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 예결위 회의실로 공지했다. 또한 12월 4일 0시를 넘어 국회사무처가 모든 국회의원은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알렸을 때에는 당사로 다시 의원총회 장소를 변경했다.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막는 것은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과 상식의 문제다. 하물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그 누구의 회유나 압력에도 굴할 수 없는 헌법적 책무에 해당한다. 국민의힘 의원을 대표하는 원내대표는 더더욱 소속 의원들에게 "최대한 빨리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입시다"라고 독려했어야 했다.
추 의원은 12월 3일 오후 11시 48분 국회 본관으로 이동하면서 군 헬기가 진입하는 모습을 보고도 본회의장이 아닌 원내대표실로 향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권 주도로 해제요구결의안이 가결되고 계엄군이 철수할 때까지도 원내대표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특검팀은 "국민의 기본권이 침탈당하고 국회가 군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는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마땅히 할 역할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범죄의 중대성"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반헌법적 반민주적 내란몰이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들께서 이 정권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에는 눈감았던 국민의힘이 이제와서 '반헌법적, 반민주적 내란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12.3 불법계엄 1년을 맞이하고도 아직까지 제대로된 사과와 반성조차 없지 않은가? 특검이 진술을 확보했다는 '계엄이 잘됐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추경호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국민의힘의 내란본색은 더욱 분명해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사법부는 국민의 내란청산과 헌정질서 회복에 대한 바람을 철저히 짓밟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고, 진보당은 "오늘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희대 사법부는 박성재 전 법무장관 등에 대한 잇단 영장기각은 물론 지귀연 재판부의 파행적인 재판운영으로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 헌정질서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사법개혁은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요구와 기대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