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었는데 교육예산이 더 필요한 이유[개척자들]

'개척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낯선 도전을 감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기업가, 연구자, 공공기관장, 사회혁신가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개척자들'이 출연해 왜 도전을 선택했는지,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과 통찰을 나눕니다. 전체 내용은 CBS 유튜브 채널 'CBS 경제연구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경제적본능'
■ 진행 : 김나영 기자
■ 출연 :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 김나영>네, AI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이 요구되는 요즘입니다. 또 교육의 대전환도 발을 맞춰서 같이 가야겠죠. 100년지 대계를 세우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강은희>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교사, 장관 등 7개의 직업을 거쳐… 교육감 까지

◇ 김나영>인터넷을 찾아보니까 '앤잡러'로 굉장히 유명하시더라고요. 사범대 졸업해서 교사 생활도 하시고, IT 기업 창업도 하시고, 사업가로도 활동하셨던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강은희>제가 보니까 직업을 한 7개쯤 바꿨던 것 같아요. 제가 과학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래서 대학 입학할 때는 과학도 할 수 있고 또 성격상 아이들도 좋아했고 동기들과도 잘 어울려서 '교사가 되면 좋겠다' 해서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를 갔거든요.그런데 물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당시 전산을 조금 할 수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학교에 근무하면서 전산실도 같이 맡고 이런 게 계기가 되어 IT 기업을 창업하게 되었고, 또 남편과 같이 일을 했던 것도 자연스럽게 이어졌고요.
그런데 제가 원래 교육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직업을 바꿀 때마다 갈등도 많았어요. IT 기업을 한 20년 정도 했던 것 같고, 그 이후에 국회를 갔다가 여가부를 잠깐 맡았는데, 여가부가 원래 청소년을 담당하는 부서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면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다시 되살아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교육감직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선거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8년째 하고 있습니다.

AI 교육 대전환, 속도는 붙는데 현장은 따라오고 있나

◇ 김나영>지금 재선이시잖아요. 처음엔 현장 챙기기 위주였다면, 재선 때는 더 큰 그림에 집중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AI 시대를 맞아 어떤 그림을 생각하고 계세요?

◆ 강은희>제가 늘 현장 선생님들이나 교육계에 하는 얘기가 '지금 우리가 가르치는 것,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10년 후에도 유용할까'라는 고민입니다.1·2기를 거치면서 AI 시대가 훅 들어와 버렸잖아요. 교육계가 이걸 모두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데, 지금 아이들은 AI와 함께 살아가야 하잖아요.그래서 저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과학·수학·깊이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나영>미래 세대는 AI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 맞는데, 현장은 준비가 안 됐다거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 강은희>AI 발전 속도가 워낙 빠릅니다.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도 "올해와 내년 초가 AI 기술 자립을 하느냐, 아니면 종속되느냐를 가르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우리가 통계를 보면, 최근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국민이 1,800만 명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요.그만큼 교육에서도 이미 사용이 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교사 연수도 필요하고, 저희 교육청도 올해 AIDT(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도입을 하면서 작년부터 선도학교를 운영했어요. 15~20% 정도 운영하면서 교사 연수를 전면 시행했습니다.AI 속도를 완전히 따라잡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는 제공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디지털 교과서, 변화의 문턱…. 교사 역량과 디지털 격차 문제

◇ 김나영>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얘기도 빠질 수 없죠. 최근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자료'라고 법적 판단이 내려졌는데, 교사 대비 부족이나 집중력 저하 등 우려도 있습니다.

◆ 강은희>네, 디지털 교과서는 이제 교육자료로 법적으로 결정이 됐습니다.시도교육청별로 하드웨어 인프라는 거의 대부분 구축이 됐고요.
디지털 교과서는 두 가지 기능입니다.하나는 단순 콘텐츠 구독이고, 다른 하나는 교사가 만든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지금 선생님들이 아이들 학습 상태를 파악하려고 문제지를 출력해서 나눠주잖아요? 그걸 디지털 교과서에 올리면 한 번에 됩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했는지 대시보드로 한눈에 볼 수 있어요.35명, 25명 학생이 1번 문제를 풀었는지 못 풀었는지 추적할 수 있으니까 맞춤형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수업 전체를 디지털 교과서로 해야 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 김나영>학부모들은 담임 선생님이 이걸 잘 못 쓰면 우리 반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 강은희>그런 문제가 초기엔 있었어요.디지털 원패스 절차가 많고, 개인정보 동의, 아이들 로그인, 기기 오류 등 때문에 한 달 정도는 혼란이 있었죠.하지만 두 번째 달부터는 안정이 됐고, 아이들도 작은 오류는 스스로 해결합니다. 스마트 패드 껐다 켜는 것처럼요.

유아 교육의 '과열 신호'… 4세·7세 고시

◇ 김나영>최근 사교육 열풍이 대단한데, '4세 고시·7세 고시' 다큐멘터리도 화제였죠. 보셨나요?

◆ 강은희>네, 일부 봤습니다. 학원에서 시험을 쳐서 선발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시험을 안 치겠다고 발표한 건 바람직하지만, 상담·놀이를 빙자해 아이 실력을 묻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너무 이른 조기교육은 뇌 발달에도 좋지 않습니다.

◇ 김나영>협의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 강은희>네, 대부분 교육감님들이 법제화 추진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른 조기교육과 시험 선발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학교안전법 개정, 교사 보호는 실질적으로 가능할까?

◇ 김나영>최근 학교 안전사고에서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교사 책임을 감면하도록 법이 개정됐다고 들었습니다.

◆ 강은희>네. 크게 보면, 고의가 아니고 경과실일 때는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으로 완화됐습니다.

◇ 김나영>그런데 입증 책임이 결국 교사에게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강은희>예전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안전공제회가 있고, 법률 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어서 교사가 모든 걸 책임지는 구조와는 다릅니다.교사의 책무를 다한 것과, 결과까지 책임을 지는 건 다르거든요.
실제로 팔공산 수련원 가스 사고가 있었을 때 교사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교사에게 특별휴가를 주고, 아이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지역에 따른 선택과목 격차, 어떻게 줄일까

◇ 김나영>올해 고1 학생들이 최성보(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 강은희>네, 올해 고1은 공통교과 중심인데, 최소 성취 기준이 출석률 3분의 2, 성취도 40% 이상이어야 합니다.이 기준 때문에 현장에서 부담이 있습니다.
시험 출제도 기존에는 상위 변별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저·중·고 난이도를 섞고, 저 난이도 비율을 높여서 '아는 문제'가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아이들이 아는 문제가 있으면 의욕을 갖고 도전하니까요.
그리고 낙인 효과가 없도록 보충수업도 동아리 시간처럼 자연스럽게 운영하려고 선생님들이 굉장히 정교하게 노력하고 계십니다.

◇ 김나영>그런데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양극화만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강은희>조사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기초학력 미달 학생 위에 있는 중간층 아이들이 예전엔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 아이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상위권 아이들이 손해 보는 일도 없습니다.

◇ 김나영>선택과목의 지역 격차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 강은희>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개설이 쉽지만, 적은 학교는 소인수 문제 때문에 어렵죠.그래서 소규모 학교에 수뇌교사 파견, 온라인 공통과정, 시·도 연합 온라인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래 대입, 논·서술형의 필요성…글쓰기 교육이 키우는 사고력

◇ 김나영>대입에서 논술·서술형 평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 강은희>시도별 상황 차이가 커서 완전 합의는 어렵지만, 공통 의견은 내신·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입니다. 절대평가를 못 했던 이유는 평가 표준화가 어려웠기 때문이고, 그걸 함께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AI 시대에 사고력·창의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논·서술형 평가가 필요합니다. 이미 고등학교 수행평가에서 논술형 비중이 30~40%라, 학교 수업을 따라가면 충분히 대비 가능합니다. 과거처럼 사교육에 크게 의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방식을 고도화한다면 학원에서 고액 컨설팅을 받아도 도움이 되지 않을겁니다. 학교의 수행 평가를 외부에 가서 도움을 받는게 어려워 지는거죠. 오히려 학교 논술형 평가는 학교 수업에 집중해야 잘 받을 수 있습니다.

◇ 김나영>글쓰기의 중요성을 예전부터 느끼셨나요?

◆ 강은희>네. 사고의 깊이는 글로 나타나니까요. IB 프로그램이나 미래학교에서도 글쓰기를 많이 훈련하는데, 3월과 7월 아이들 글이 완전히 다릅니다. 현장에서 보면 아이들 생각이 독특하고 표현도 깜찍해요. 그걸 보면 너무 즐겁습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재정의 딜레마…작은 학교, 유지인가 재편인가

◇ 김나영>학령인구가 줄면 교육재정도 줄어야 한다는 논리가 있는데, 교육감님은 실질 삭감이라고 하셨어요.

◆ 강은희>네. 명목 예산은 비슷하지만 물가가 올랐고 인건비도 3.5% 상승했는데 반영이 안 됐습니다.학생 수가 줄어도 2천 명이 460개 학교에서 조금씩 줄어든 것이기 때문에 학교가 없어지지 않습니다.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이라 수업료 수입이 없고, 급식비도 무상입니다.급식 시설 개선만 해도 연간 300억~500억이 들어갑니다.
또 기초학력·문해력 교육, 특수학생 증가, 다문화 학생 증가 등 고비용 요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학생 수가 줄었다고 비용이 줄어드는 구조가 아닙니다.

◇ 김나영>작은 학교를 계속 유지할지, 거점형으로 갈지 논란이 있습니다.

◆ 강은희>예민한 문제입니다. 작은 학교를 다 유지할지, 거점형으로 통학망을 촘촘히 해서 교육력에 집중할지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2025년 교육 핵심 과제와 협의회의 변화

◇ 김나영>올해 마무리할 현안이 있으신가요?

◆ 강은희>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김나영>내년엔 어떤 역점 사업을 생각하고 계세요?

◆ 강은희>AI 교과서와 AI 교육, 교원 연수 확대, 소프트웨어·코딩 역량 있는 교원 수급,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수급 계획 등이 중요합니다. 교권 보호도 매우 중요합니다.

◇ 김나영>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장 맡고 계신데, 내년에 협의회 차원의 변화가 있다면서요?

◆ 강은희>네. 1월 1일부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대한민국 교육감 협의회'로 이름이 바뀝니다.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처럼 지방교육자치를 더 힘차게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김나영>지금까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은희>감사합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