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개선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8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전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개선'을 언급했다.
올해 내내 '경기 하방'을 강조했던 KDI는 특히 지난 5월부터 '경기 둔화 시사', '경기 전반 미약' 등 경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소비가 개선되며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데 주목했고, 11월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그 경기 개선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우선 KDI는 지난해 12.3 내란 사태에서 정점을 찍으며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소비 침체 문제를 "금리인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가운데 정부 지원 정책도 지속되며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석 명절의 날짜가 전년과 달리 10월로 이동하면서 지난 10월 소매판매액은 전월 2.2%에서 0.3%로 상승폭은 줄었지만, 9~10월 평균으로는 1.3%의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KDI는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는 3.5% 증가했다며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지역화폐 할인 등의 소비 진작 정책으로 의복과 식료품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퍼지고,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12.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소비 개선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소비가 개선세를 이어가자,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생산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전산업생산의 완만한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10월 서비스업생산은 보건⋅사회복지(6.6%), 금융⋅보험(4.2%)을 중심으로 3.6%의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달 전산업생산은 추석으로 조업일수가 2일 줄어 3.6% 감소했지만, 9~10월 2개월의 전년동기간 대비로 보면 1.6%의 완만한 증가율을 유지했다.
또 반도체경기 호조세에 따라 수출 증가폭도 확대된 점도 강조됐다. 지난달 수출은 8.4%, 일평균 기준으로는 13.3%나 증가했다.
다만 반도체가 일평균 기준 44.7%의 높은 증가세를 지키고 자동차도 중고차(114.3%)를 중심으로 18.7% 증가한 반면 이를 제외한 다른 품목의 일평균 수출액은 겨우 0.1% 증가에 그쳤다. 비록 지난 9월(-5.1%), 10월(-1.6%)의 감소세에 비하면 반등에 성공했다지만, KDI는 비교대상인 지난해 11월 기상 악화로 선적 지연이 발생했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부진이 지속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와 관련, KDI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운 무역장벽 아래 아직 끝나지 않은 미국과의 협상,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적법성 판결 일정 등을 감안해 통상 관련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의 교역이 다소 위축"된 가운데 그나마 반도체 수출이 양호했지만, 이조차도 "가격 급등에 일부 기인한 것으로 물량 기준으로는 높았던 증가세가 점차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물량은 8월까지 30%대 증가폭을 기록했지만, 9월에는 23.1%에 그치더니 10월에는 5.6%로 급격히 줄었다.
또 KDI는 장기화되고 있는 건설업 부진도 문제로 지적했다. 10월 건설기성은 조업일수가 축소하면서 24.6%나 감소했는데, 이를 감안해 9~10월 평균 기준으로 봐도 14.2% 후퇴해 6~8월 평균치 -14.4%와 유사하게 감소했다.
KDI는 지난달 건설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53)도 장기평균(65)을 크게 하회하며 부진했다며 "선행지표인 건축수주의 개선세는 유지되고 있으나, 건설투자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수주가 착공으로 원활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공사 기간도 확대되면서 건설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