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김용균·김충현이다" 고(故)김용균 7주기 추모제 열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7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박우경 기자

7년의 세월도 자식인 고(故)김용균씨를 잃은 김미숙씨의 눈물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김미숙씨는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석탄 전환 건물이 가까워지자 국화꽃을 든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10일 오전 9시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7주기를 맞아 현장 추모제가 열렸다.

발전소에서 일하던 김용균씨는 지난 2018년 12월 11일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나이 24세였다. 김용균씨의 죽음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비극은 반복됐다. 지난 6월 화력발전소에서 제2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한 김충현씨가 또다시 숨졌다. 홀로 일하다 팔 끼임 사고로 숨진 그도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이날 영하 0도의 날씨에 두꺼운 옷을 껴입은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우리가 김용균, 김충현"이라며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달라"고 말했다. 이어 '김용균을 기억하며, 죽음의 발전소를 멈춰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김용균씨가 숨진 석탄 전환 건물까지 행진했다.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씨가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우경 기자

사망사고가 난 건물이 가까워지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는 울음을 삼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김씨는 "저에게는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이곳, 한 맺힌 이곳 태안화력서부발전소를 찾아오는 길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와야만 아들 동상이 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용균이 동료들도 생사를 넘어들며 일하고 있어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용균이 동상이라도 세워서 발전소 정문을 지키고 있으면 서부발전 경영진들이 각성해 현장이 안전해질 줄 알았다"며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올해 김충현씨 사고 소식에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화재도 언급했다. 9일 오후 2시 44분쯤 발전소 내 IGCC 설비에서 불이 나 60대 작업자 2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미숙씨는 "이곳에서 또 폭발 소식을 듣게 될지 몰랐다"며 "그나마 부상당한 두명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만으로 다행이지만 2도 화상을 입고 얼마나 큰 고통의 시간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수천 명을 죽이고, 새로운 유족을 탄생시킬 것이냐"며 "더 늦기 전에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서로의 가치가 존중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모두의 삶이 한층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헌화하는 노동자들. 박우경 기자

노동자들은 김용균씨가 숨진 석탄 전환 건물 앞에 국화꽃을 헌화했다. 그들은 김충현 협의체가 만들어졌지만 노동 현장의 위험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김충현 협의체는 지난 6월 사고 10주 만에 출범했다. 김충현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와 발전산업 노동자의 안전을 견인하는 데 목적을 둔다.

조유상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협의체에 임하면서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며 "정부가 공기업 하나 컨트롤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협의체가 얼마 남지도 않았다. 이렇게 시간만 허비하다 지난해처럼 흐지부지되는 거 아닌지 많이 걱정된다"며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렵고 지치기도 하지만 김용균, 김충현 두 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수 있도록 힘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김용균재단, 김충현 대책위는 현장 추모제를 마친 뒤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죽음의 외주화를 금지하라"며 김용균 7주기 추모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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