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오승용 씨의 유족이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한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승용 씨 유족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등은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김범석 의장 청문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승용 씨 아내는 "제 남편이 쿠팡 새벽배송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지 오늘로 한 달이다. 하지만 쿠팡은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죄송합니다, 책임지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나"라고 말했다.
특히 대리점과 승용 씨 간 위수탁계약서가 위조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대리점에도 분노를 느낀다. 다른 기사들은 전부 전자서명을 통해 정상적으로 계약했다고 하는데 왜 제 남편만 계약서에 난생 처음보는 막도장이 찍혀 있나. 왜 남편에게만 이런 기만적인 계약이 적용됐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회 기후노동위는 즉각 청문회를 열어달라. 쿠팡과 대리점이 회피하는 진실을 강제로 끌어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승용 씨가 8월뿐만 아니라 사망 한 달 전인 10월에도 8일 연속 근무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고인은 살아생전 구글 위치추적을 활성화해 근무했다. 타임라인을 통해 8일 연속 심야배송을 했단 증거가 확보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과거 국회 청문회장에서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며 국민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그 결과가 바로 올해에만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참담한 현실이다. 김범석 의장이 직접 출석하는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10일부터 제주를 포함해 최근 사망사고가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4곳과 배송캠프 3곳, 쿠팡과 위탁계약을 맺은 배송대리점 15곳을 대상으로 야간노동, 휴게시간, 건강권 보호조치 등에 대한 실태점검에 착수한다.
유족과 택배노조는 쿠팡과 대리점이 승용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어서 경찰 수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쿠팡 배송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다. 승용 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당시 1차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물건을 싣기 위해 물류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사고다.
승용 씨는 사고 직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야간노동을 계속해서 해왔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에도 하루 쉬고 다시 새벽배송 업무에 투입됐다가 어린 두 자녀를 두고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