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재생e-원전 믹스가 유일 대안…신규원전 건설여부 곧 확정"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상의와 서울대학교가 공동주최한 '제8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세미나'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기후부 제공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0일 "소형모듈러원전(SMR)과 원전 관련 여러 얘기가 있지만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줄여나가고 탈탄소 사회로 가기 위해선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믹스해서 가는 것이 대한민국 에너지정책상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면서 "조만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한 원전 2기 (신규 건설 여부를) 어떻게 할지 곧 확정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와 서울대학교가 공동주최한 '제8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세미나'에 참석, '정부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방향과 이행전략'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석열 정부 시기이던 지난해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은 2038년 전원구성 목표를 △원전 35.2% △재생에너지 29.2% △LNG 10.6% △석탄 10.1% △청정수소·암모니아 6.2% △기타 5% △신에너지 3.8%로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신규 대형원전 2기(2.8GW)를 건설해 2037~2038년 도입하고 SMR 1기(0.7GW)를 실증해 2035년까지 상용화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새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00GW(현재 약 34GW)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6~2040)에서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SMR 실증과 신규 원전 건설이 예정대로 추진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정부가 2040년 탈석탄을 공약하고 '탈석탄동맹(PPCA)' 가입으로 국제사회에도 의지를 표명한 만큼, 노후원전 수명연장과 신규원전 건설 가능성에 점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재생e로 전기료 오를 걱정 없도록…원자력만큼 낮출 것"

김 장관은 녹색 대전환(GX)을 위한 정부의 3대 정책 방향으로 △모든 것을 전기화 △재생에너지 가격의 획기적 인하 △녹색산업 육성·발전을 제시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상의와 서울대학교가 공동주최한 '제8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세미나'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전기화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기료 인상 우려와 관련해 김 장관은 "태양광 발전단가를 2030년 80원/kWh, 육상풍력 150원/kWh, 해상풍력 250원/kWh까지 낮추고, 2035년부터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거의 원자력에 버금가도록 낮춰 재생에너지 때문에 전기료가 올라갈 걱정은 안 하실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고 했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전세계 시장의 95%를 중국이 장악했는데 나머지 5%를 한국이 버티고 있다. 한국의 태양광산업을 다시 육성하는 것이 숙제"라며 "전체로 보면 87GW 정도를 공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육상풍력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자원이 풍부해 얼마든 여력이 있다"며 "해상풍력도 하부구조는 SK오션플랜트 등 한국이 제일 잘 만들고, CS윈드가 만드는 타워도 한국이 제일 잘 만든다"면서 "해상풍력도 우리가 하면 세계에서 제일 잘 할 분야라 대폭 늘려 나가려 한다"고 했다.

전력기자재 산업도 "초고압직류송전(HVDC)는 우리가 좀 약한 분야인데 정부가 발주해서 국내 주요기업인 효성,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이 국내에서 트랙레코드를 쌓고 해외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청정수소와 관련해선 "그린수소든, 핑크수소든 총동원해 2500원/kg 수준을 맞춰 실제 경쟁력을 갖고 관련 산업이 커갈 수 있록 해보겠다"고 했다.

제조업의 탈탄소 전환 지원 의지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산업공정 탈탄소가 가장 어려운 숙제"라면서도 "포스코부터 시작되는 수소환원제철을 반드시 성공시켜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자체를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기수소차 비중 2035년까지 70%로 확대 △건설·농기계 및 선박 경유기반→재생에너지 기반 수소로 전환 △건물분야 냉난방·온수 시스템 히트펌프 도입 △가축분뇨 바이오가스화 △대기중 탄소흡수를 위한 고밀도 식재사업 등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부문별 방안을 소개했다. 우리 정부의 NDC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2035년까지 53~61% 감축하는 것이다.

김 장관은 "지금 전 세계에 화두인 AI전환(AX)과 녹색전환(GX)을 두 축으로 탈탄소 녹색문명을 선도하겠다"면서, 산업계 관계자가 대부분인 청중을 향해 "여러분이 곳곳에서 더 보람과 경제적 이익을 함께 추구하실 수 잇도록 기후부가 열심히 돕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장밋빛 정책'에 회의론도…시장·개인의 변화 중요성도 


다만 뒤이은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신산업 투자와 송전망 구축 등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회의적 견해도 나왔다. 단국대 경제학과 조홍종 교수는 "GX와 AX가 전세계적으로 국운을 걸고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 재원과 비용은 결국 전기료 인상 또는 세금 인상, 혹은 부채를 지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것 등이라 돈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료 인상을 어떻게 억제할지 고민하고, 국산화기술 개발과 그 기술로 가격을 안정시킬 방안을 꼭 고민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또 "1990년 이후 발전시설이 5.3배 느는 동안 송전망은 1.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송전망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세미나' 1차 세션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최서윤 기자

정권 교체시에도 유지되는 정책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산업연구원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처음 녹색성장이 나오고 2015년 파리협약, 이후 NDC 만들면서 산업계가 적극 관심 표명했다가 그 투자를 결정한 임원이 쫓겨나는 걸 봤다"면서 "그런 행태는 더는 없었으면 한다. 정권과 정치변화에도 불구하고 산업과 국가적 목표는 일관성을 가졌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국제사회 감축 흐름에 뒤처져선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플랜1.5 최창민 변호사는 "정부가 배출권거래제(ETS) 4차 할당계획(2026~2030)을 제시하면서 2030년 배출권을 톤당 4만~6만원(약 35달러) 예상한다고 했는데, 유럽연합(EU)은 81유로(약 94달러)고, 세계은행(WB) 탄소가격 보고서에서도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가격은 2030년 기준 63~127달러라 이미 우리 목표치의 2~3배 되는 가격"이라며 "정부가 시장안정화조치를 위한 가격상한과 탄소차액계약제도(CCfD) 운영을 논의할 때 탄소가격의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적정 수준을 반드시 함께 고려하며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잇단 파리협정 탈퇴 선언으로 국제사회 노력이 후퇴할 거란 일각의 견해와 달리, 이미 세계 시장이 탈탄소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지 '정책과 시장의 대결(Policy vs. Market)'이란 기사도 있었는데, 올해 상반기 미국에 신규설치된 발전설비의 95%가 재생에너지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생에너지를 누르고 화석연료를 키우는 정책시도를 행정명령을 통해 하지만, 시장 흐름은 꼭 그걸 따라가는 것 같지 않다"고 짚었다.

김앤장 김성우 환경에너지연구소장도 미국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를 하지 않기로 한 방침과 달리, 캘리포니아와 뉴욕주는 법제화를 통한 개별 시행을 준비하는 점을 예로 들고 "주(州)별 이런 움직임이 전체 미국을 대표하진 못해도 상당부분 반발력을 갖고 있다"며 "미국 본사에 직접 자문할 때도 트럼프 당선 뒤 과연 해당 회사 내 기후전략이 얼마나 후퇴할지 궁금했는데, 제가 맡는 기업들은 후퇴 조짐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이날 'NDC 이행을 위한 산업계 현황 및 대응 전략' 발표를 통해 업계 입장을 전한 김 소장은, 정부를 향해 "탈탄소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기술을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많이 갖고 있는 만큼, 국내 탈탄소를 할 때 수출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소비자인 개인을 향해서는 "탈탄소를 기업과 정부에 다 맡기는 게 아니고, 전기든 친환경 제품이든 가격이 비싸도 희생을 감소하며 사주고, 그런 정책을 만드는 사람을 뽑아줘야 하는 개인의 역할도 있다"고 강조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