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일본제철 상대 손배소 또 승소 확정

소멸시효 기준 두고 1·2심 판결 엇갈려
2심·대법원, 2018년 대법 전합 취지 반영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기된 소송 가운데 첫 대법원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11일 사망한 강제노역 피해자 정형팔씨 자녀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총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핵심 쟁점은 소멸시효 시점이다.

정씨의 자녀들은 부친이 1940~1942년 일본 이와테(岩手)현의 제철소에 강제 동원돼 피해를 봤다며 2019년 4월 2억여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소멸시효가 만료했다는 이유에서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또는 불법행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주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024년 8월 항소심 재판부는 2012년을 기준으로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강제노역은 소멸시효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손해배상 청구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던 점이 인정돼 이 사유가 해소된 시점부터 3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소송 청구 권리가 인정된다고 본 대법원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2005년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은 일본제철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소송을 냈다. 피해자들은 2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이 2012년 5월 파기환송 해 2018년 10월 재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후 정씨 유족을 비롯한 강제소송 피해자들은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른바 '3차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이 사건이 확정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일본제철은 대법원이 피해자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 한 2012년이 옳다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대법원의 2012년 파기환송 판결 이후 피해자들이 제기한 '2차 소송'에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사실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해 2023년 12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했다. 이후 하급심에서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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