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서관 붕괴…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감리'

감리는 D 건축·M 엔지니어링…감리 수행 적정성 여부 '주목'
화정 아이파크·학동 참사 이어 감리 체계 실효성 논란 재점화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 광주시소방본부 제공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노동자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사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감리의 역할과 점검 체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이번 현장의 건설사업관리(감리)는 건축사사무소 D 건축과 M 엔지니어링이 공동 수행하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 중 구조물 붕괴…"설계·시공·감리 전면 검증 필요"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1시 58분쯤 발생했다. 2층 옥상 슬래브 구간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되던 중 상부 철골 구조물이 붕괴했고, 아래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4명이 매몰됐다. 이 가운데 2명이 숨졌고, 2명은 실종 상태다.

광주시 송창영 안전점검단장은 "슬래브 자중과 작업 하중을 접합부가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 계산, 접합부 설계, 시공이 설계대로 이뤄졌는지 전반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건으로 보고, 설계 변경 과정, 감리 보고서, 콘크리트 타설 승인 절차가 적정했는지 등을 중심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슬래브 콘크리트 물량 누락 정황…"추가 반영 과정 적정했나" 의문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 이틀째인 12일 광주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서구 치평동 붕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직전 현장에서는 슬래브 콘크리트 물량이 설계 내역에서 일부 누락돼 있었고, 감리 확인 과정에서 이를 뒤늦게 추가 반영한 정황도 확인됐다.

기존 수량산출서에는 데크플레이트 상부에 타설하는 100㎜ 두께의 '토핑 콘크리트'만 포함돼 있었으나, 실제 시공에서는 데크플레이트의 홈(골) 부분과 바깥 가장자리에도 콘크리트를 채워 넣어야 한다. 감리단 확인 과정에서 해당 물량이 설계 내역에 반영되지 않았던 사실이 파악됐고, 이후 추가 반영된 상태에서 타설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초기 설계·내역 검토 과정에서 왜 누락이 걸러지지 않았는지 △추가된 콘크리트로 하중이 늘어난 상황에서 구조 계산·설계 변경·감리 승인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가 향후 조사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공사 변경·공정 지연 속 '속도전'… 감리 검증 역할 제대로 했나

현장은 시공사 변경과 공기 지연이 반복된 곳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홍진건설·구일종합건설 공동도급 체제로 진행됐으나, 법정관리 사정 등으로 구일종합건설 단독 시공으로 전환됐다. 올해 6~9월에는 공사가 수개월 중단됐고, 광주시는 공정 만회를 위해 '원활 추진 TF'를 꾸려 사업을 재가동했다.

사업은 2017년 착수 이후 설계 변경이 여러 차례 반복되며 장기화됐고, 준공 시점은 2026년 상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감리가 발주처의 공기 압박과 시공사의 부담 속에서도 구조 안전성 검증을 충분히 수행했는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화정 아이파크 참사 떠올린 '양호' 판정 감리보고서 논란

감리의 역할 부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서도 감리의 현장 관리 미흡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당시 사고에 대해 △설계와 다른 시공·지지 방식 임의 변경 △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강도 미달 등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며, 감리의 점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하루 전 감리단이 서구청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는 "현장 상태 양호"라는 평가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한 달 전 인근 동에서 바닥 침하로 공사가 중단되고 재시공한 사실조차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됐다.

학동 철거 참사, '서류감리'가 낳은 비극

2021년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서도 감리 문제는 핵심 요인이었다. 해체 감리로 선임된 차모 씨는 사실상 현장을 한 번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서류만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는 '서류로만 존재하는 감리'가 어떤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 대표 사례로 지적된다.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 공공 감리 체계 개선 필요성 제기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립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는 이달 1일부터 관내 109개 대형 공사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진행해 왔지만, 정작 시가 발주한 대표도서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행 감리·점검 체계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의 구체적인 법적 책임은 향후 검찰 수사와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다만 화정 아이파크와 학동 참사가 보여주듯 △설계 변경·하중 증가 검증 미흡 △현장 확인 부재 △위험 신호 관리 실패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경우 유사 사고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공 발주·시공·감리 전 과정의 구조적 개선이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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